오피니언 사설

20년 후 잠재성장률 1%의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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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31년 한국경제 잠재성장률을 1%로 전망한 건 충격이다. 사실상 제로 성장이다. 게다가 한국이 34개 회원국 중 33위인 건 더 충격이다. 미국·일본은 물론 국가부도 상태인 그리스보다도 못하다. 잠재성장률의 급락도 우려된다. 올해 잠재성장률(3.4%)은 최상위권인 경제가 20년 후에는 꼴찌가 된다는 전망이라서다.

 물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다. 국내 연구기관도 오래전부터 비슷한 전망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31~2040년 잠재성장률을 1.9%, 조세연구원은 5년 전 1.56%로 전망했다. 그래도 유럽연합(EU)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OECD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정도다.

 잠재성장률이 떨어질 걸로 본 이유도 대동소이하다. 노동과 자본 투입량의 감소, 생산성 하락, 신성장 동력의 미발굴 때문이다. 노동의 경우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2017년부터 줄어든다는 게 주된 원인이다. 그래서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인구가 2010년 37.3명에서 2060년 101명으로 세계 최고가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계에서 가장 늙고 힘없는 경제로 전락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설비투자 부진은 고질병이고, 미래의 먹거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누가 봐도 한국경제의 앞날이 암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OECD가 수치로 입증한 것뿐이다.

 그렇다고 마냥 걱정만 하고 있을 계제는 아니다. 특히 정치권과 정부가 대오각성하길 당부한다. 양극화 완화는 해야 하지만 전략을 잘 짜야 한다. 지금처럼 복지포퓰리즘이 판치고 성장이 죄악시되는 분위기에선 양극화 완화는 달성할 수 없다. 정부 역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성장 잠재력 확충만큼은 지상목표로 삼아 일관되고 끈질기게 추진해야 한다. 경제 패러다임을 혁신과 창의형으로 바꾸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화해야 한다.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첨단기술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말로만 성장 잠재력 확충 운운할 때가 아니다. 정신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