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남북 함께 전사자 유해 발굴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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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북한 땅에 50년 가까이 버려져 있던 한국인 전사자 12명의 유해가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미국이 북한과 교섭해 발굴한 미군 전사자들과 함께 묻혀 있던 분들이다. 한국전쟁 휴전 직후 송환된 유해 이후 처음이다. 북한 땅과 비무장지대(DMZ)에는 아직도 전사자 5만여 명의 유해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유해 송환을 계기로 이들을 최대한 발굴해 ‘구국의 영웅’으로 추대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우리는 ‘순국 선열(殉國 先烈)’로 부른다. 이들 가운데 일제 식민지에 맞서 독립운동을 한 분들에 대해선 정부 차원의 발굴 노력이 꾸준히 있어 왔다. 이에 비해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공식 노력은 12년 전에야 시작됐다. 뒤늦게 시작된 노력의 성과도 미미하다. 실종된 전사자 13만여 명 가운데 지금까지 발굴된 것은 6600여 구뿐이다.

 지금껏 북한 지역과 비무장지대에 묻힌 국군 전사자들의 유해 발굴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 2007년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남북 간에 상호 유해 송환을 추진하기로 합의는 했지만 실행되지 못했다. 2년 전에도 정부는 북한에 유해 송환 협상을 제의하는 방안을 검토만 하고 실행하지 못했다. 미국은 1988년부터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꾸준히 발굴작업을 벌여 왔다.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 대해 후손들이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록 적국(敵國)이라도 유해 송환을 위해서라면 상당한 지원도 할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융통성 있는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에 2800만 달러 이상의 유해 발굴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도 남북한 간 대표적 협력사업인 개성공단은 오히려 번성하고 있다. 남북한 공동 유해 발굴 사업도 남북관계의 부침에 영향받지 않는 협력사업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