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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모든 것이 그대로 감동인 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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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스베이는 살아있는 생태 교과서다. 배를 타고 여유롭게 다니다 보면 이곳을 터전으로 하는 다양한 생물을 만날 수 있다. 바다새인 부비 무리가 수면을 박차며 날아오르고 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체험은 가족을 더 끈끈하게 만든다. 문명의 이기에 물들지 않은 대자연에서 그 효과는 더 빛을 발한다. 호주가 가족 여행지로 적격인 이유다. 호주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사방에 푸른 초원과 바다가 펼쳐진다. 태초의 신비를 품은 호주의 대자연 속에서는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이 감동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곳 ‘저비스베이(Jervis Bay)’를 다녀왔다. 호주 동남쪽,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만에 보석 같은 바다가 숨어 있었다.

호주 하면 보통 시드니를 떠올린다. 2000년 올림픽 개최지였던 이 도시는 수도인 캔버라보다 더 유명하다. 우아한 조가비 모양의 지붕을 가진 오페라하우스와 퇴락한 항구에서 활기찬 유흥지로 거듭난 달링하버 등은 시드니를 더 매혹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여행이라면 꼭 가봐야 할 명소가 따로 있다.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180km 떨어진 저비스베이다. 저비스베이는 1791년 영국 함대 사령관 존 저비스의 이름을 땄다. 호주가 영국 연방국가임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시드니에서 저비스베이까지는 자동차로 3시간 정도 걸렸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드넓은 초원에 소·양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마음이 절로 푸근해졌다. 가끔 나타나는 울창한 숲은 청량감을 더했다. 창문을 열고 상쾌한 바람을 만끽했다.

1 옥빛 바다 속에서 돌고래 어미와 새끼가 유영하고 있다. 2 바다에서 자라는 나무인 맹그로브 나무와 함께 습지대에 살고 있는 게. 3 저비스베이 바다에서 물개가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저비스베이의 관문 허스키슨 마을로 들어섰다. 깔끔하게 정돈된 마을 정경이 쪽빛 하늘과 어우러졌다. 해안 절벽에 오르자 저비스베이가 한눈에 들어왔다. 남북으로 길이 15km에 폭 10km에 달하는 이 만의 규모는 시드니항의 여덟 배가 넘었다. 에메랄드빛 바다 주위로 가파른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었다. 태평양과 이어지는 남동쪽 물길만이 틔어 있었다. 저비스베이가 ‘천혜의 요새’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새하얀 모래밭은 햇살에 반짝였다. 서퍼들은 서프보드를 나룻배 삼아 유유자적 물살을 갈랐다. 마을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헤엄치는 모습에서 우리네 시골풍경이 떠올랐다.

허스키슨 포구에서 출발하는 돌고래 관람 크루즈에 올랐다.

“Look! Look over there!(봐요! 저길 봐요!)”

선장이 가리키는 방향에서 돌고래가 나타났다. 어미와 새끼 돌고래가 장난치듯 배 앞을 오가며 노닐었다. 나른하던 분위기가 일순 흥분으로 바뀌었다. 돌고래가 옥빛 수면 위를 유영할 때마다 배 안에서 환호와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저비스베이에는 100여 마리의 돌고래가 산다고 한다. 대형 고래가 이동하는 5월에서 10월까지는 혹등고래·향유고래도 볼 수 있다.

저 멀리 리틀 펭귄 한 쌍이 보였다. 펭귄 중에 키가 제일 작은 종이다. 2012 여수 엑스포 호주관의 마스코트도 이 리틀 펭귄이다. 두 마리 모두 먹이를 찾느라 뒤뚱뒤뚱 분주했다. 바로 옆에서 물개 떼가 배영을 하며 일광욕을 즐겼다. ‘얼가니새’라고도 불리는 바다새 부비 무리가 빠른 발놀림과 날갯짓으로 수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그저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배가 저비스베이 북부의 롱비치 해변에 정박했다. 보석처럼 빛나는 백사장에 맨발로 내려섰다. 호젓한 해변에는 사람이 다녀간 흔적조차 없었다. 백사장을 에워싼 숲에서 진한 야생의 냄새가 풍겼다. 잊고 있던 자연 회기의 본능이 되살아났다. 집에 두고 온 아이 생각이 났다. 아마도 동심은 이곳에서 더 많은 걸 느끼지 않을까.

저비스베이에서는 천혜의 대자연이 당연하다는 듯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여유와 예측불가의 짜릿한 흥분이 공존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다. 그럼에도 부러운 나라가 있다면 그곳이 바로 호주였다.

여행 정보=우리나라가 무더울 때 호주는 한겨울이다. 우리나라 늦가을 날씨를 생각하면 된다. 인천공항에서 시드니까지 대한항공·아시아나가 매일 운항한다. 멜버른까지는 대한항공이 주 3회 취항한다. 현재 시드니~멜버른~골드코스트 세 곳을 여행하는 패키지 상품이 롯데관광·하나투어·한진관광·모두투어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시드니와 저비스베이의 여유로움을 즐긴 다음 유럽풍 도시 멜버른을 돌아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다. 골드러시와 함께 형성된 멜버른은 호주에서 갤러리·박물관·미술관·공연장 등이 가장 많은 도시다. 골드코스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다. 호주 최대 해양공원 ‘시월드’와 캥거루·코알라·파충류 등 1400여 종의 호주 토종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커럼빈 야생동물 공원’도 이곳에 있다. 호주정부관광청(australia.com), 뉴사우스웨일즈관광청(visitnsw.com), 퀸즐랜드주관광청(queensland.or.kr), 빅토리아주관광청 (visitmelbourne.com/kr) 홈페이지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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