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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위안부 사진전 돌연 취소, 이게 뭡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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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끝내 전시회가 무산될 경우 도쿄에서 거리 전시회라도 열겠습니다.”

 일본 나고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사진 작가 안세홍(41·사진)씨는 분이 가시지 않은 듯 했다.

그는 다음 달 26일부터 7월 9일까지 도쿄 신주쿠(新宿)의 전시장 ‘니콘 살롱’에서 사진전을 열 예정이었다. 전시될 작품은 안씨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7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해 촬영한 조선족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진 38점이었다. 지난해 12월 심사위원 5명으로 구성된 주최 측 선정위원회의 심사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아 전시가 결정됐다.

 하지만 카메라 업체인 니콘이 운영하는 ‘니콘 살롱’ 측 관계자는 22일 안씨에게 전화를 걸어 “전시가 취소됐으며, 이유는 말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니콘 측은 “나고야를 찾아 사과하고 싶다”고 했지만, 안씨는 “단순히 사과를 위해서라면 올 필요가 없으며, 전시회를 예정대로 개최해달라”고 요구했다.

 니콘 측의 갑작스런 전시회 취소는 일본 우익세력의 압박에 굴복한 결과로 보인다. 안씨의 전시회가 임박하자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역사의 날조에 가담하는 매국 행위다” “외국의 일방적 주장을 대변해서야 되겠느냐” 등의 비난 댓글이 잇따랐다.

 전시 취소에 대해 니콘 측은 “전시회 개최와 관련해 (우익세력 등으로부터)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전시회 중단은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안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니콘 측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 한 전시 취소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관련 기사를 다루는 등 전시회 취소에 일본 언론들도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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