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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탈상 … 이젠 그분 놓아드릴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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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추도식이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엄수됐다.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흰 국화를 들고 있는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맨 앞줄 왼쪽), 권양숙 여사(가운데),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맨 앞줄 오른쪽). 뒷줄에 김원기 전 국회의장,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정동영 상임고문, 이용섭 정책위의장, 통합진보당 유시민 전 공동대표,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 등이 보인다. 이날 추도식엔 국회의원 당선인 70여 명을 비롯해 3000명이 참석했다. [김해=송봉근 기자]

노무현계가 ‘3년 탈상’(脫喪)을 선언했다.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3년째 되는 날.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3주기 추도식에는 노무현계 인사들이 집결했다. 이들의 정치적 ‘상주’ 역할을 한 건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었다. 문 고문은 묘역 참배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벌써 만 3년이 됐다. 저희로선 탈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분(노 전 대통령)을 놓아드리고 또 그분을 딛고 일어서, 그분을 뛰어넘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로 노무현재단 이사장 직도 내려놓았다.

 2007년 대선 패배 후 스스로 ‘폐족’이라 불렀던 ‘노무현 패밀리’는 정치권의 대가(大家)로 성장한 상태다. 2010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지난 4·11총선을 거치면서 유력한 야권의 대선주자와 당 대표 후보, 광역지자체장이 고루 포진한 야권 주류이자 최대 계파로 떠올라 있다. 이날 추도식에는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문재인·이해찬 등 국회의원 당선인도 70여 명 참석했다. 안희정(충남도)·김두관(경남도) 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고흥길 특임장관, 정연주·이재정·안성례·이병완·문성근 노무현재단 이사 및 일반 시민 1500명을 포함해 탈상 인파만 3000명에 달했다.

 다만 3년 탈상을 맞아 노무현계의 분화(分化)도 가속화되는 조짐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대가족이 차기 주자를 따라 서너 갈래로 나뉘고 있다. 문재인 고문과 김두관 지사는 이날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듯한 발언을 했다. 문 고문은 기자간담회에서 “참여정부 시절 국민으로부터 많은 질책과 참담한 심판을 받으며 부족한 부분과 한계를 크게 성찰할 수 있었다”며 “잘했던 부분은 더 발전시키고 부족했던 부분과 한계는 뛰어넘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잇는 세 번째 민주개혁 정부를 만들 때”라고 말했다. “연말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 만큼 그분의 정신과 그분의 꿈을 현실정치 속에서 이어가고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때”라고도 했다. 그는 ‘그 뜻을 직접 이을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저의 선택의 문제라든지, 과거 참여정부의 부족했던 부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비전 같은 것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따로 한 번 밝히겠다”고 밝혔다.

 문 고문은 현재로선 노무현계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다. 민주통합당 대선을 관리할 당 대표 경선에는 그와 가까운 이해찬 후보가 출전해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김두관 경남지사를 대안으로 미는 그룹도 생기고 있다.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비롯해 적지 않은 인사가 김 지사를 대선주자로 생각하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민단체와 야권 관계자들과 광범위하게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손에 떡을 들 순 없다. 도정 수행과 당내 경선을 동시에 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 출마 시 경남지사 직을 내려놓을 뜻임을 밝혔다.

 또 한 명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 전 대표는 노무현계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과 함께 독자적으로 통합진보당에서 새로운 정치실험을 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내분사태의 복판에 있는 유 전 대표는 이날 지지자들의 사진촬영에는 응했지만 기자들과의 문답은 사양했다.

김해=위성욱·김경진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 봉하마을서 추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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