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번호 13자리 모두 0…이정희 해명 '반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 부정 사례가 20일 추가로 폭로됐다. 지난 12일 중앙위원회에 보고될 내용이었지만, 폭력 사태로 중앙위 회의가 중단되면서 이날 뒤늦게 공개됐다.

 자료를 공개한 진상조사위원회는 “이정희 전 대표가 ‘주민번호 뒷자리는 중복이 있을 수 있다’며 지엽적인 문제를 들어 (부정이 아닌) 부실로 몰고 가는 걸 반박하기 위해 추가 사례를 공개하게 됐다”며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 전 대표가 공청회에서 로그 분석을 하면 마치 모든 컴퓨터 작업을 알아낼 수 있는 것처럼 주장했지만 이는 무지에 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는 주민번호와 휴대전화 번호가 비정상적으로 기입돼 있는 사례가 드러났다.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000000으로 등록된 사례가 3건, 주민등록번호 전체가 아예 0으로만 된 사례도 2건 있었다. 주민등록번호 13자리가 다 똑같은 사례도 발견됐다. 명백히 ‘유령당원’이거나 적어도 ‘대리투표’가 의심되는 정황이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주민번호 뒷자리 중복을 두고 당원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는 이 전 대표의 주장과 배치되는 사례들이다.

 휴대전화 번호는 더 심각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휴대전화 번호가 010-0000-0000으로 등록된 사례도 있었다. 확인 결과 이 번호는 결번이었다. 010만 등록돼 있거나 053처럼 지역번호만 등록돼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 온라인 투표를 하려면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이 같은 번호로 등록해서는 온라인 투표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장투표의 경우 투표 마감 직후 투표수 기록과 개표록 기준 투표수가 불일치하는 경우도 있다. 투표 마감 직후 현장투표수는 4853표였으나 개표록에는 5444표로 591표가 추가됐다. 인천과 충북에서는 투표수가 오히려 줄어들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투표 마감 후 부정투표를 했을 가능성이 있고, 온라인과 이중투표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투표 결과에 대한 중간 발표 때마다 선거인수와 투표자수, 투표 결과가 바뀐 정황도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보고서에서 “부실은 인정하지만 부정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는데, 선거법이 정한 규정과 절차를 위반하면 부정선거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안의 익숙한 병폐들과 과감하게 결별할 때 통합진보당이 더 튼튼한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류정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