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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 와인 이름 쉽게 외게 … 앞 글자만 큼직하게 라벨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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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경기 때문에 유럽 와인 시장이 얼어붙었다. 그래서 와인 업체들은 한국·중국처럼 성장성이 큰 아시아 국가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와인 업체 ‘토레스(Torres) 칠레’의 가브리엘 페르난데스(사진) 유럽·아시아 총괄 담당. 한국·대만 등 동아시아 시장을 차례로 방문 중인 그는 세계 와인 시장의 상황과 업계 움직임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 1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다.

 와인 수입업체 신동와인이 마련한 이날 행사에서 페르난데스는 “유럽인들이 전만큼 외식을 자주 하지 않는다”며 “레스토랑에서 50~60유로(7만4000~8만9000원)짜리 고급 와인을 마시는 모습은 더욱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에 따르면 와인 회사들은 유럽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곳이 아시아라고 보고 있다. 경제 상황이 나은 데다 와인 시장이 이제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단계여서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는 “토레스 칠레도 아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표 레드 와인인 ‘만소 데 벨라스코(Manso de Velasco)’의 라벨 디자인을 바꾼 게 그런 사례다. ‘만소’라는 글자는 크게 키우고 ‘데 벨라스코’는 전보다 줄였다. “아시아 소비자들이 긴 서구식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할 것 같아 짤막하게 ‘만소’만을 부각시킨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와인 업계의 또 다른 트렌드 중 하나로 ‘공정무역’을 들었다. 공정무역이란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노동력 착취 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는 움직임이다. 페르난데스는 “토레스 칠레의 경우 칠레에서 제값을 주고 포도를 사들이는 것은 물론, 농부들의 자녀가 대학에 가면 컴퓨터를 사 주기도 한다”고 했다.

 토레스 칠레는 21일 신동와인을 통해 ‘코디렐라’ 시라·샤도네이 등을 국내 출시한다. 현대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코디렐라 시라’는 4만1000원으로 미국 내 가격(31달러·3만6000원)과 큰 차이가 없다. 미국에서는 와인에 8.25%의 부가세만 붙고, 한국에서는 33% 주세·교육세에 10%의 부가세가 붙는데도 그렇다. 페르난데스는 “한국 소비자들이 비싸다고 느끼지 않도록 토레스 칠레가 특별히 낮은 가격에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토레스 칠레

스페인의 와인 명가 ‘토레스’가 1979년 칠레에 세웠다. 미국에서는 최근 들어 토레스 칠레 와인 판매가 한 해 30% 이상 늘고 있다. 모기업인 스페인 토레스는 1979년 파리 와인 올림피아드에서 프랑스 고급 와인의 상징 ‘5대 샤토’를 물리치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1위를 한 와인은 1970년산 ‘마스 라 플라나(Mas La Plana)’ 였다. 2007년이나 2008년에 딴 포도로 만든 마스 라 플라나는 현재 국내에서 8만8000원에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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