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상장하자마자 13% 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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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황제 페이스북이 기업공개의 역사를 다시 썼다. 17일(현지시간) 발표된 페이스북 공모가는 주당 38달러. 애초 28~35달러에서 예정가를 34~38달러로 한 차례 올린 뒤에도 최고가로 낙찰됐다. 페이스북은 18일 나스닥시장에서 개장가가 공모가보다 13%(약 5달러) 오른 43달러에 거래됐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1040억 달러(122조원). 첫 거래가로 하면 1176억 달러(137조원)이다. 미국 기업 중 최고 기록이다. 세계적으로도 페이스북 기록을 능가한 건 중국 국영은행 두 곳뿐이었다. 페이스북은 창업 8년 만에 시가총액 기준 미국 대기업 23위에 오르게 됐다. 디즈니·맥도날드·휼렛패커드는 물론 정보통신(IT)업계 선발주자 아마존까지 단번에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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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과 임직원은 이번 기업공개로 184억 달러를 손에 쥐게 됐다. 조달자금 규모로는 미국 기업 중 2008년 비자(179억 달러)에 이어 2위다.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하루아침에 203억 달러(24조원) 돈방석에 앉게 됐다. 저커버그는 이번에 3000만 주를 팔아 11억4000만 달러를 현금화한다.

 공동창업자 세 명과 초기투자자들도 덩달아 ‘돈벼락’을 맞게 됐다. 예컨대 2004년 페이스북에 50만 달러를 투자했던 에인절투자자 피터 시얼은 이번에 보유주식 1700만 주를 팔아 6억4000만 달러를 거머쥔다. 8년 만에 1280배를 튀긴 셈이다. 2008년 페이스북을 떠난 공동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츠와 에두아르도 세브린이 보유한 지분가치도 각각 51억 달러와 27억 달러에 이른다.

 페이스북 상장을 계기로 SNS 벤처기업이 주도하는 제2의 IT붐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링크드인·그루폰·징가에 이어 올해 페이스북이 대박을 냈다. 앞으로도 트위터와 드롭박스 같은 ‘대어’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과거 수익모델이 없었던 벤처기업과 달리 최근 상장했거나 대기 중인 SNS 벤처기업은 이미 이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을 바라보는 월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지난해 페이스북의 매출은 37억 달러로 구글(380억 달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그런데 기업가치는 공모가 기준으로 이미 구글(2070억 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 수익성에 비해 공모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발표한 1분기 수익도 전 분기보다 32%나 줄었다.

 급기야 미국 3대 광고주인 제너럴모터스(GM)는 페이스북 광고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광고 중단을 선언했다. 그렇지만 페이스북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9억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수익모델만 찾는다면 구글을 능가하는 고속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2004년 공모가를 85달러로 책정해 거품 논란을 빚었던 구글 주가가 현재 623달러로 7.4배가 된 것도 페이스북 공모가를 끌어올렸다.

 이번 기업공개로 페이스북은 현금만 최소 100억 달러 이상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벌써부터 유망 벤처기업 사냥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격적인 인재 스카우트에 착수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현재 페이스북 직원은 3000명 안팎으로 3만3000명에 이르는 구글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일각에선 ‘금단의 시장’으로 남아 있는 중국 진출을 모색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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