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와 갤러리의 향긋한 만남 … 하루 400여 명 커피 들고 산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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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노동식 작가의 설치 작품 ‘스카이 다이버’를 감상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방배역 사거리. 이곳에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이 있다. MPK그룹 본사인 미피하우스 1층·지하 1층에 자리한 ‘마노핀갤러리 방배점’이다. 국내 유명 작가와 신진 작가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여기에 마노핀갤러리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가 더해져 동네 주민을 비롯한 인근 백석예술대학교 학생들, 방배역을 찾는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0년 경력 아트매니저가 전시 기획·진행하며 작품 설명

‘마노핀갤러리 방배점’은 카페와 갤러리가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음식물 반입이 어려운 기존 갤러리와 달리 향긋한 커피와 갓 구운 머핀을 즐기며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후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늘면서 올해 들어선 하루 평균 400여 명이 찾고 있다. 주부 김현주(36)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후 주변에 사는 엄마들과 자주 온다”며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집 가까운 곳에서 예술 작품도 보고 차도 마실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대학생들로 북적거린다. 발자국 소리가 나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만큼 조용한 분위기의 일반 갤러리와는 달리 활기가 넘친다.

 마노핀갤러리에는 전시회 기획·진행을 담당하는 아트매니저가 있다. 10년 경력의 아트매니저 박지향씨는 전시회 기획뿐 아니라 갤러리를 방문하는 주민들의 문화 멘토를 자청한다. 주민들이 조금 더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트산책’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아트산책은 지하 1층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을 함께 둘러보며 설명해 주는 것으로 일반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도슨트(미술 설명)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박씨는 작품을 설명한 뒤 주민들에게 최근 미술계 동향도 들려준다. 참가자들의 열띤 호응으로 매번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긴 후에야 끝난다. 아트산책 참여 신청은 e-메일로 받으며 회당 참여 인원은 15명 정도다. 마노핀갤러리에서는 다른 갤러리와 마찬가지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작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과의 상담도 박씨 몫이다. 주변 아파트 주민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집안 분위기를 갤러리처럼 꾸미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작가 리진이 제작한 ‘아트 피아노(왼쪽) · 조각가 금중기의 작품 ‘개구리’

기획 전시회가 열리는 지하 1층 외에도 사옥 곳곳에서 미술작품을 접할 수 있다. 이는 사옥을 설계할 때부터 가나아트센터와 협업, 미술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기획됐기 때문이다. 계단과 벽면·화장실도 예외가 아니다. 지하 2층 지상 7층 건물 전체가 미술전시장 분위기를 풍긴다. 이 중 지하 1층 전시장은 2~3개월마다 달라지는 주제에 맞춰 전체 작품이 교체된다. 전시회 주제와 작품 크기에 따라 적게는 10점 많게는 15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지금은 봄의 두근거림을 전하는 ‘봄, 그 달콤한 설레임’ 전이 열린다. 노동식·유주현·홍명화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회는 6월 2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사옥 입구와 지하 2층에는 사석원과 중국 작가 리진 등의 작품이 항상 전시돼 있다. 마노핀갤러리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365일 문을 연다.

 박씨는 “마노핀갤러리의 모토가 바로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며 “많은 분이 이곳에서 편안하게 문화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노핀갤러리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자주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시 작품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데다 같은 작품이라도 관람객 기분과 심리 상태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글=송정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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