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비민주성 지적한 민주노총 “절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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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가운데) 통합진보당 당선인이 15일 오후 국회 통합진보당 의정지원단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비공개로 당선인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회의를 취소했다. [뉴시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사태가 불거진 뒤 여러 차례 당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김영훈 위원장이 직접 나서 당에 대한 지지 철회를 못 박은 것은 15일이 사실상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그 이유를 12일 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에서 찾았다. 그는 “완벽한 정당·제도는 없지만, 이것(문제)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이 보여줬던 후진성·비민주성·폭력성에 절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집단 탈당’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의 ‘최대 주주’다. 당원 13만 명 가운데 4만5000명이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당권을 가진 ‘진성 당원’의 비율은 더 높다. 7만5000명 가운데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3만5000명이 민주노총 소속이다. 때문에 민주노총이 집단 탈당을 선언할 경우 통합진보당은 인적·물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는데, 불타는 절을 두고 이렇게 중이 떠나야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우리가 과연 이 당을 완전히 버리고 새로운 당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전면적인 어떤 개입을 통해 당을 혁신하는 데 주체로 설 것인가에 대해 17일 중앙집행위원회(중집위)에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진보신당 일각에서 일고 있는 ‘진보 시즌 2’ 운동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의 구태를 청산하고 당을 ‘재창당’하기 위해 탈당 대신 거꾸로 입당을 하자는 운동이다. 비당권파에 속하는 민주노총의 지역본부 관계자는 “탈당해 봤자 당권파에만 득이 될 뿐”이라며 “오히려 우리 측 비당권파 조합원을 더 입당시켜 통합진보당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과 민주노총 주류가 추진하고 있는 이 같은 ‘당 쇄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노총 내 당권파 지지세력이 중집위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는 15일 성명을 내고 “중집위가 조합원들을 범죄자로 몰고 있다”며 “사퇴를 이야기하려거든 반노동자적인 입장을 낸 중집위원 자신들부터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선 “17일 중집위에서 민주노총 내 당권파 찬반세력 간에 일대 격론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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