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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주사파’김영환 … 북한 인권운동 하다 중국서 잡혀 구금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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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80년대 주체사상의 씨앗을 남한에 뿌린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49·사진)씨가 중국에서 북한 인권운동을 하다 체포돼 구금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 달 보름째다.

 김씨가 연구위원으로 있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NK네트)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김씨와 북한 인권운동가 3명 등 4명이 3월 29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체포돼 현재 단둥의 성(省) 국가안전청(한국의 국정원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안전부의 지방조직)에 강제 구금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 석방대책위원회’ 명의의 자료에서 NK네트는 “중국이 주중 선양 총영사관의 영사 접견과 변호인의 접견을 불허한 채 강압적인 비밀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속된 4명을 즉각 석방하고 가족과 변호인의 면회를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김씨와 함께 활동하다 체포된 사람은 유재길(44)·강신삼(42)·이상용(32)씨다. NK네트는 이들의 현지활동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중국 당국은 체포 뒤 우리 측에 영사 면담을 단 한 차례만 허용했다. 이는 국제법을 위반한 처사라고 NK네트는 주장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26일 주 선양 총영사관 소속 영사가 김씨를 면담했다”며 “건강과 인권침해 여부 등을 확인했고 별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면담 시간은 30분이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랴오닝성 공안당국이 김씨 체포 이틀 만에 우리 정부에 알려왔다”며 “그러나 이후 영사 면담을 3주가 지나서야 한 차례 허용했고, 그후로는 면담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측이 ‘국가안전위해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얘기를 했고, 이후론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 관계 당국에 김씨 등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조속히 석방될 수 있도록 외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김씨의 과거 경력 등을 파악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조사 결과에 김씨의 경력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 탈북자 지원 활동을 하다 체포된 인사들은 조사 후 추방 형식으로 석방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베이징=정용환 특파원

◆중국의 국가안전위해죄(危害國家安全罪)=한국의 국가보안법처럼 반국가활동을 한 단체와 개인에게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죄로, 한국과 달리 형법에 규정돼 있다. 중국의 주권, 영토의 완전성 및 안보 저해 행위와 더불어 국가분열, 인민민주독재정권 전복, 사회주의제도 파괴 행위를 처벌한다. 범죄 주모자와 주요 가담자의 경우 최고 형량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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