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정준양에게 “당신이 차기 회장” … 천신일은 “청와대 뜻이다” 윤석만 설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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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전 차관

박영준(52·구속)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2009년 포스코 회장 선임에 개입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추천 인사가 각종 이권 개입 등 보은 인사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검찰 수사 여부가 주목된다. 최근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당사자가 잇따라 입을 열면서다. 우제창 민주당(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2009년 4월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발언과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박 전 차관 개입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정준양(64) 포스코건설 사장이 회장이 된 지 2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우 의원의 폭로와 포스코 회장 선임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박 전 차관은 당시 회장 후보로 가장 강력하게 거론됐던 윤석만(64) 포스코 사장을 제일 먼저 접촉했다. 사외이사들의 회장 선임 투표가 있기 석 달 전인 2008년 11월 8일 박 전 차관은 윤 사장을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호텔 일식당에서 만났다고 한다. 이 자리에는 박 전 차관의 ‘비자금 관리자’로 의심받고 있는 이동조(59·중국 체류 중) 제이엔테크 회장도 있었다.

 박 전 차관은 이어 12월 24일엔 ‘포스코의 실질적 오너’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고 박태준(2011년 작고) 명예회장 부부와도 만났다. 박 명예회장은 그 자리에서 “차기 회장은 윤석만 사장이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전 차관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포스코 관계자는 “새 정권의 ‘영포라인’ 실세들이 박 명예회장의 TK(대구·경북)에 대한 지분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박 전 차관은 박 명예회장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과도 ‘면접’을 치렀고, 이듬해 1월 7일 이구택(66) 당시 포스코 회장과의 조찬 자리에서 “차기 회장은 정준양 사장으로 가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 전 차관은 다음날인 1월 8일 정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차기 회장”이라고 알려줬다고 한다.

 윤 사장을 설득하는 일은 천신일(69)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맡았다. 천 회장은 1월 중순 윤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청와대의 뜻’을 전하는 한편, 포스코 회장 선임 하루 전인 1월 28일에도 윤 사장에게 “청와대의 뜻을 바꿀 수 없으니 승복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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