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까말까 칠까말까 하다가 … 맨앞 치고 나간 나상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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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나상욱이 13일(한국시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라운드 12번 홀에서 버디를 잡은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폰테베드라비치(플로리다) 로이터=뉴시스]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텐베드라비치의 TPC 소그래스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라운드. 14번 홀(파4) 티잉 그라운드에 선 재미동포 나상욱(29·타이틀리스트)은 셋업을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두 차례 연습 스윙을 했다. 다시 목표를 확인하고 셋업을 한 나상욱은 무려 여섯 번의 웨글(클럽 헤드를 좌우로 흔들며 긴장을 푸는 행동)을 한 뒤 또다시 헛스윙을 했다. 이후 다시 셋업한 나상욱은 두 번의 웨글을 한 뒤 이번엔 ‘맙소사(God)’라고 외치며 스윙을 멈췄다. 나상욱은 결국 두 번의 웨글을 더 한 뒤에야 티샷을 했다. 나상욱은 이날 여러 차례 이런 모습을 보였다. 16번 홀에서는 경기위원에게 슬로 플레이에 대한 주의를 받기도 했다. 한 차례 더 주의를 받으면 1벌타가 부과될 수 있는 상황에서 나상욱은 18번 홀(파4)에서도 두 번째 샷을 앞두고 슬로 플레이를 했다.

 나상욱은 PGA 투어의 대표적인 슬로 플레이어로 꼽힌다. 샷을 하기 전 다시 한번 목표를 확인하는 등 루틴이 지나치게 길다. 지난해 한 칼럼니스트로부터 “나상욱은 샷을 하기 전 공을 보면서 인생에 대해 깊은 명상에 빠지는 것 같다”는 비난을 받았을 정도다. 나상욱은 이날도 현지 언론으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미국의 스포츠 채널인 CBS스포츠는 “최근 열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중 가장 보기 불편한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경기 내용은 답답했지만 스코어는 시원했다.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낸 나상욱은 중간 합계 12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매트 쿠차(34·미국)가 1타 차 2위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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