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진보당, 왜 애국가 안 부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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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의 늪에 빠진 통합진보당에서 ‘애국가’ 논란이 불거졌다. 비당권파인 유시민 공동 대표가 그제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많은 후보들이 (총선) 현장에서 ‘당신 당은 왜 애국가를 안 부르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의례에 손사래를 쳐온 당권파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국가 논란이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민노당)과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가 합당한 지난해 12월 민노당과 참여당은 국민의례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민노당은 2000년 창당 후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 순으로 진행되는 국민의례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도권에 들어오기 이전처럼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민중의례’를 해왔던 것이다. 결국 양측의 절충 끝에 국기에 대한 경례는 하게 됐지만 애국가는 생략됐다.

 공식행사에서 어떤 의례를 할지가 법에 규정돼 있지 않지만 애국가는 태극기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설립되고 보호를 받는 정당이 국가의 상징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 당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품게 한다. 애국가에 거부감을 갖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국민의례는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라는 인식이 작용했을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민주화가 된 지 2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진보’라는 이름에도 걸맞지 않다. “(애국가에 관한)토론을 하는 것이 금기처럼 느껴진다”는 유 대표의 발언은 폐쇄적인 이념노선이 당을 지배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지난 4·11 총선에서 10.3%의 득표율을 기록한 제 3당이다. 또 민노당 때인 2002년 이후 300억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을 받았다. 시대착오적인 편협성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논란이 ‘성역 없는’ 내부 토론을 통해 투명한 대중 정당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