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숙자씨 두 딸 데려와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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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통영의 딸’ 신숙자씨가 사망했다고 북한이 유엔에 통보해 왔다. 두 딸은 아버지인 오길남씨 보기를 원치 않는다는 내용과 함께다. 유엔의 인권 관련 기구인 ‘임의적(강제)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이 보낸 서한에 대한 답변이다.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신씨와 두 딸의 생사 확인과 송환을 청원한 측의 주장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청원은 국제 비정부기구인 ‘북한반(反)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에 의해 제기됐다. 이로써 비록 미약하지만 신숙자씨 모녀와 관련된 북한의 비인도적 조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렸다.

 신씨 모녀의 비운은 지금 그들의 송환 노력을 펴고 있는 남편 오길남씨에 의해 시작된 일이다. 신씨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족들을 동반해 1985년 북한으로 간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씨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해외에 나왔다가 탈북했다. 그러자 북한은 신씨 모녀를 악명 높은 함경남도 요덕의 정치범 수용소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 뒤 신씨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평양 인근 원화리 통제구역으로 옮겨졌다는 미확인 소식이 있었다.

 북한은 신숙자씨의 사망 소식을 간염으로 숨졌다는 지극히 무성의한 내용으로 답변했다. ‘언제, 어디서’가 빠진 것이다. 요덕수용소에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20년가량 생활한 것이 확인된 만큼 신씨가 강제 구금된 상태에서 숨졌음을 감추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북한은 또 두 딸에 대해서도 강제구금 사실을 부인했다.

 북한의 답변은 신씨 가족의 행방을 밝힌 증언들과 탈북자 가족들을 가혹하게 처벌해 온 북한의 일반적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사실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정부는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신씨의 사망 과정과 두 딸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 펴야 한다. 특히 두 딸에 대해선 유엔 등의 국제기구가 북한 잔류 여부에 대한 자유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결과 그들이 북한을 벗어나길 원하는 것이 확인된다면 대한민국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