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컴퓨터 시스템 '좀비'로 변할 수도"

중앙일보

입력

타인 컴퓨터를 이용해 해킹을 하는 사례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보안이 취약한 미국내 수만여개 컴퓨터 시스템이 순식간에 인터넷을 마비시키는 도구로 이용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미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리가 28일 경고했다.

미국 사이버 안보 책임자인 리처드 클라크 NSC 조정관은 이날 UPI통신과의 회견에서 "수만여개 컴퓨터 시스템들이 해커들에 의해 인터넷을 마비시킬 수 있는 ''좀비(Zombies)''로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클라크 조정관은 "좀비가 된 컴퓨터 시스템들이 한꺼번에 활동하는 `대 폭발''이 일어날 경우 지난 2월 세계적인 인터넷 사이트들을 마비시켰던 서비스거부공격(DDOS)이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좀비는 시체를 먹으면 그 시체가 좀비로 되살아나 먹이를 찾아다니는 전염성이 강한 귀신이다.

또 그는 "최근 디지털가입자전송망(DSL)으로 많은 일반 컴퓨터들의 접속이 가능해짐에 따라 해커들의 활동무대가 넓어졌으며 주요 고객들을 ''좀비''로 만들고 있다"면서 DDOS 공격을 감행하는 해커를 막기 위한 방화벽 설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서비스 제공업자와 제조업자 간의 상호연계를 통해 DDOS 공격시에 수리가 가능해야하며 가능한 빨리 그 수리에 관한 정보를 전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DDOS는 처리 용량을 넘는 메일을 무차별적으로 보냄으로써 컴퓨터 네트워크 서버를 다운시키는 해킹 기법이다.

불법 해커들은 일반 컴퓨터 사용자의 컴퓨터 시스템 속에 DDOS 패킷이라는 ''좀비''를 숨긴 뒤 특정시기가 되면 특정 목표를 향해 대규모 메일 공격을 감행하게 해 네트워크를 마비시킨다.

실제 지난 2월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 e-메일 주소의 메시지들이 e베이를 비롯 CNN과 야후에 폭주해 며칠간 시스템이 정지됐으나 ''마피아 보이''라고 알려진 15살짜리 캐나다 소년만이 용의자로 지목돼 조사를 받았었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 산하 국립 기간시설보호센터(NIPC)는 지난 2월의 공격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좀비''들에 의해 행해졌으며 이런 문제가 지난 11개월동안 더욱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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