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형 ELS의 변신 … 기대 수익률 낮추고, 안전성 높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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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주가연계증권(ELS) 열풍이 한풀 꺾였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 규모는 전달보다 6740억원 줄어든 4조8466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 5조5000억원의 역대 최대 발행 기록 후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인기는 여전하다. 지난달 주식형 펀드에서는 1190억원이 빠져나갔다. 2000선을 두고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투자자는 여전히 ELS를 최고의 투자 수단으로 꼽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투자 전략이 조금 바뀌었다. ELS의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으로 중심축이 옮겨가는 양상이다. 전체 발행액은 줄었지만, 전체에서 원금보장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었다. 3월 16%에 그치던 원금보장형 비중은 지난달엔 33%로 늘었다.

 기초자산 유형별로 보면, 목표수익률은 낮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지수형이 늘었다.

 안전성을 따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10% 안팎에 그치는 지수형 ELS의 수익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을 위해 증권사는 신종 종목형 ELS를 내놓기 시작했다.

 신영증권이 10일까지 파는 현대중공업과 SK이노베이션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 ELS는 기본 구조는 기존에 나왔던 상품과 비슷하다. 그런데 발행 6개월 이후 매달 정해진 평가일에 두 종목의 주가가 모두 처음 주가보다 5% 이상 오르면 채권형으로 구조가 바뀐다. 그 다음부터는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원금에 약정 수익(최대 연 9.36%)을 챙길 수 있다.

 현대증권이 이달 초 발행한 상품은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주가 수준을 확 낮췄다. 발행 당시 주가의 35%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된다. 이 ELS의 기초자산은 현대차와 한진해운. 발행 당시 주가는 현대차가 26만원 선, 한진해운은 1만6000원 선이다. 만기인 3년 내 현대차는 10만원 밑으로, 한진해운은 6000원 밑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을 까먹는 일 없이 연 19%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재영 현대증권 에쿼티솔루션부 과장은 “웬만한 위기 상황이 아니고서는 주가가 현재의 35% 수준까지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주가 수준을 낮추면 목표 수익률이 2~3%포인트 낮아질 수 있지만 여전히 지수형 ELS보다는 수익이 높다”고 말했다.

 한화증권은 최근 판매한 ELS에 ‘라이프 자켓(구명조끼)’라는 이름을 붙였다. 6개월마다 돌아오는 조기상환이 늦어질 때마다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주가 수준도 2%포인트씩 낮아진다. 김종훈 OTC영업팀 차장은 “기존 ELS에 구명조끼를 입혀 다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인 셈”이라며 “요즘 고객들은 수익을 1%포인트 얹어주는 것보다는 안정성을 보강해주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이 최근 선보인 ELS 이름은 ‘리자드(도마뱀)’다. 만기(3년)의 절반이 지나도록 조기상환을 못하면 최고 수익(연 17.2%)의 절반을 지급하고 조기상환 되도록 설계했다. 만기까지 들고 가다가 원금손실 가능 구간까지 주가가 떨어질 수 있는 위험 상황을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중간에 막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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