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투자기관, 판공비 멋대로 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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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개혁 대상인 정부투자기관 기관장들의 판공비가 많은 곳은 연간 억대를 넘는데다, 판공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경실련이 28일 주장했다.

경실련 정부개혁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전력, 석유공사, 관광공사 등 13개 정부투자기관의 판공비 집행실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다수 공기업들이 영수증빙 자료없이 기관장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밀비를 배정, 기관장들이 매월 현금으로 수령해 멋대로 사용해 온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각 기관 판공비 예산은 한국전력공사가 1억6천2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주택공사 1억2천500만원 ▲관광공사 9천800만원 ▲도로공사 6천240만원 ▲무역투자진흥공사 5천4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또 지난해 1월부터 올 9월까지 재직한 정부투자기관 기관장중 월평균 판공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기관장은 한전의 장영식 전사장(99년1∼4월)으로 월 평균 858만원을 지출, 후임 최수병 현사장의 월 평균 374만원과 대조를 보였다고 경실련은 주장했다.

특히 농수산물 유통공사는 지난해 판공비 전체를 기밀비로 배정했으며, 수자원공사 등은 2000년 예산을 98년보다 최고 63%나 대폭 증액, 공기업 구조조정 분위기에 역행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아울러 지난해 판공비 사용처를 분석한 결과 석유공사, 농업기반공사, 전력공사, 도로공사, 조폐공사, 수자원공사, 석탄공사 등 다수 기관장들이 판공비의 100%를 식비로 지출했고, 대부분 고급호텔 음식점이나 유명 음식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농업기반공사의 경우 99년 판공비 예산을 1천800만원으로 책정했으나, 실제로는 예산을 4배나 초과한 6천914만원을 지출한 사례도 있었다.

경실련은 '판공비 사용용도로 명시된 공개 간담회나 업무협의를 기관내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며 고급 음식점을 사용할 이유가 없는데 쓸데없이 돈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 대다수 기관들이 판공비 사용목적을 경영현안 협의, 정보수집, 홍보활동, 정보교류 등 추상적으로 기록해 기관장의 사적 용도로 집행됐는지 아니면 공무집행상 필요한 과정에서 집행됐는지 여부가 불투명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지난 10월 정보공개법 규정에 따라 이들 정부투자기관 기관장의 99, 2000년 판공비 집행관련 자료를 공개청구, 제출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관광공사, 석유공사는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서울=연합뉴스) 김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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