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당권파 상황을 수사받던 노무현에 비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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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대표단 회의 시작에 앞서 이정희 공동대표가 유시민 공동대표를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무언가를 말했다. “저는 ‘그분’이 어떤 연유로 돌아가셨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합니다. 그분이 여론재판을 받을 때 어떤 것도 사실이라고 믿지 않고 어떻게 변호할 지만 생각했습니다. 그게 제 최소한의 양심이었습니다.” 유 대표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얼굴을 찌푸렸다. 이 대표는 잠시 후 모두발언에서 ‘그분’을 공개했다.

 “3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바라보는 심정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분은 많은 의혹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저는 사실로 확인되기 전에는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믿지 않았다. 확인되지도 않은 일을 검찰이 중계 방송하는 건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함부로 의혹을 지우고 같이 벼랑 끝으로 밀어 넣는 건 제가 할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였다. 통합진보당은 그때의 고통을 가진 분들이 만들었는데….”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로 당권파가 여론의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상황을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았던 때에 빗댄 거였다. 그에 따르면 당 진상조사위원회는 ‘검찰’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리던 유 대표 앞에서다. “그런 아픔을 아는 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얘기였다.

 이 대표의 비당권파에 대한 공격은 계속됐다. “이건 인간에 대한 예의(문제)다. 상식이 무너졌다”고도 했다.

 이 대표 발언이 끝나자 유 대표는 “당의 위기는 외부 공격이 아닌 당 내부의 민주적 정통성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을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빗댄 이 대표 발언에 대한 반박이었다. 그러면서 “직접·비밀선거 원칙이 훼손됐다는 정황이 있기 때문에 부정경선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신 계승’을 모토로 창당했던 유 대표의 국민참여계는 이 대표 발언에 부글부글 끓었다. 참여계의 한 관계자는 “명백한 부정선거의 책임을 지자는데 정치보복에 희생된 노 전 대통령이 왜 등장하느냐.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한다”고 비판했다. 트위터 등 SNS에도 “당권파가 노 전 대통령을 이용해 물타기 하려는 것” “비유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노무현을 욕보이는 것”이라는 비판 글이 쏟아졌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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