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의 귀환 … 푸틴, 크렘린궁 알현실서 집권 3기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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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에 나타난 푸틴 부인 7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식 후 크렘린궁 내 블라고베셴스키 사원에서 러시아 정교회 축하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부인 류드밀라 푸티나(왼쪽에서 둘째)도 참석했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시스]

‘21세기 차르(tsar)’ 블라디미르 푸틴(60)이 7일 취임식을 하고 대통령직에 올랐다. 2008년 헌법상 3기 연임 금지로 대통령직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에게 넘겨준 지 4년 만의 귀환이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강렬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전 임기 때처럼 압도적인 지지를 받거나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24시간 뉴스전문 영어방송 RT 등이 생중계한 푸틴의 대통령 취임식에는 3000명에 이르는 귀빈이 참석했다. 취임식은 차르의 공식 알현실이었던 크렘린궁 성 안드레옙스키 홀에서 20여 분 동안 진행됐다. 낮 12시 정각이 되자 차이콥스키의 행진곡이 흘러나오면서 푸틴이 입장했다.

 푸틴은 러시아 국기 문양의 휘장으로 치장된 단상에 올라 헌법서에 손을 얹고 대통령 의무를 다하며, 헌법과 국가주권을 수호하겠다고 맹세했다. 이어 3분 남짓 취임연설을 했다. 그는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 순위로, 조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이제 함께 길고 어려운 길을 가야 하지만 자신감을 갖고 우리나라를 강하게 만들고 우리 조국의 위대함과 권위를 재건하자”고 역설했다. 또 “이제 국가 발전이 완전히 다른 레벨과 스케일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향후 몇 년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의 러시아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며 “우리는 도전에 직면할 준비가 돼 있고 성취를 이룰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민주사회로의 이행과 공정한 기회 보장, 일자리 창출과 생활수준 향상, 강건한 경제 기반 회복 등도 강조하며 “이는 발틱해부터 태평양에 이르는 거대한 러시아 영토를 건설하려는 지속적 노력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진압 당한 반푸틴 시위대 푸틴 러시아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으로 진입하려다 저지당한 시위자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6~7일 반푸틴 시위에 참가한 야당 지도자 등 500명 이상이 체포됐다. [모스크바 이타르타스=뉴시스]

 예상했던 대로 푸틴은 ‘강한 러시아’ 재건을 다짐했지만 그에 앞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당장 푸틴은 변화를 촉구하며 거리로 나선 시민들과 야권에 어떤 식으로든 답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국가두마(하원) 선거와 올 3월 대선에서의 부정 선거 의혹에 항의하며 시위를 시작한 시민들은 민주화를 통한 사회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취임식을 하루 앞둔 6일부터 모스크바에서는 반푸틴 시위와 푸틴 지지 집회가 동시에 열려 시내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6일 푸틴 규탄 집회에는 2만여 명이 참가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6일 400여 명, 7일 120여 명이 각각 연행됐다. 푸틴을 지지하는 집회에는 수천 명이 참가하는 데 그쳤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정권 내부에서도 가차 없이 시위대를 진압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진보파가 보이지 않는 암투를 벌이고 있다”며 “푸틴이 강경파를 적대시한다면 자신을 노리는 음모를 감수해야 할 것이고, 시위자의 불만을 누그러뜨리지 못한다면 대중의 지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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