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은행 '제2농성' 숨바꼭질 대치

중앙일보

입력

27일 경기도 고양시 국민은행 연수원에서 농성하던 국민.주택은행 노조원들은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됐지만 이들이 거의 업무에 복귀하지 않아 은행 창구 혼란은 계속됐다.

경찰은 해산 노조원들이 고려대 등에 재집결 움직임을 보이자 집결 예상장소 10여곳을 원천봉쇄하는 등 노조와 경찰 사이에 숨바꼭질이 벌어졌다.

◇ 노조 움직임=두 은행 노조 지도부는 진압 작전이 시작되자 노조원들에게 "다시 집결해 파업 투쟁을 계속하라" 고 지시했다.

지도부는 ▶분회별 비상연락망 구축▶전화사서함을 통한 집결장소 통보▶지도부 명령에 복종 등 장기 파업지침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업무 복귀가 당분간 이뤄지지 않아 연말 금융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재집결 장소로 유력시되는 곳은 고려대와 경기도 여주군 한국노총 중앙교육원. 여주에는 지난 26일 밤부터 노조원 6백여명이 이곳에 집결, 2차 농성 준비를 하고 있다.

강제 해산된 대부분의 노조원들은 집으로 돌아갔으며 28일 오전 다?모일 것으로 알려졌다.

◇ 경찰 대응=경찰은 두 은행 노조원들의 재집결을 막기 위한 비상 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여주의 노총 중앙교육원에 1천2백여명의 병력을 급파, 노조원들의 추가 합류를 봉쇄했다.

경찰은 또 명동성당과 서울의 국민은행.주택은행 본점, 주택은행 연수원(천안), 고려대.연세대.한양대.동국대 등 노조원들이 모일 가능성이 큰 10여곳에 5천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시민 불편=국민.주택은행은 27일 각각 전체 영업점포의 13%, 27%만 문을 열어 파행 영업이 계속됐다.

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영업부는 전산 장애를 신속히 처리하지 못해 오전 10시30분이 돼서야 영업을 시작했다. 문 열기 전부터 대기자 수가 2백명을 넘었다. 또 현금자동인출기 8대 중 3대밖에 작동되지 않아 인출기마다 수십명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국민은행 서울 선릉역 지점도 대체 인력이 모자라 낮 12시부터 문을 열었다.

아들 결혼비용을 인출하기 위해 국민은행 여의도 영업부를 찾은 李모(52.여)씨는 "거점 점포라는 서울 당산동 지점에 갔는데 문이 닫혀 허탕치고 왔다" 며 "이런 불편을 언제까지 감수해야 하느냐" 고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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