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은행 파업 이모저모] 부산

중앙일보

입력

부산시내 국민.주택은행에는 26일에도 파업 노조원들이 자리를 비워 고객들이 필요한 돈을 찾지 못해 애를 태웠고 항의소동이 잇따랐다.

○...국민은행은 서면지점과 중앙동지점, 주택은행은 서면.중앙동.범일동 지점을 각각 거점은행으로 지정해 다른 지점의 직원 및 계약직원들을 투입해 영업을 하고 있으나 대출업무와 외환업무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업무처리 속도가 느려 고객들의 불만을 샀다.

국민은행 서면지점의 경우 1층에 설치된 13대의 현금자동입출금기에 오전 11시께 1백여명이 몰려 좁은 입구를 가득 메웠으며 3층 융자코너는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국민은행 중앙동지점에는 과장급 4명과 계약직 여직원 10명이 출근, 온라인 입출금 업무와 현금자동 입출금기를 가동했는데 정오까지 창구를 통해서만 3백여명의 고객들이 인출을 했으며 7대의 현금자동입출금기 앞에는 고객들이 10여명씩 길게 줄을 서 기다리는 불편을 겪었다.

이 은행 모 과장은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은행보안에 차질이 생길 경우 즉시 은행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며 "고객들이 안전하게 돈을 찾아 갈 수 있도록 10명씩 은행안으로 들여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업무차질로 인해 많은 돈을 인출하거나 어음을 발행하려던 일부 시민들은 업무를 보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국민은행 중앙동 지점을 찾았던 김모(55.사업)씨는 "3억원을 요구했는데 은행측이 인감도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출을 안해주고 있다"며 "직원들 월급도 줘야하고 연말이라 쓸일이 많은데 큰일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소기업 직원 이모(30)씨는 "어음발행을 하기 위해 어렵게 거점은행을 찾아왔는데 입출금업무밖에 할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어음을 발행해야 결제도 할 수 있는데 회사가 문닫으면 누가 책임질거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거점은행이 아닌 지점은 창구는 물론 현금입출금기마저 가동중단된 경우가 많아 고객들이 헛걸음을 해야 했다.

국민은행 해운대지점을 찾은 김채선(金採善.77.여.부산시 해운대구 중1동) 할머니는 "영감이랑 은행이자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며 "오늘이 지급일인데 문을 닫으면 어떡하냐"며 굳게 잠긴 셔터 문을 한참이나 두드리다 되돌아갔다.

한 40대 고객은 '365오토뱅크 영업중단'이란 안내문을 보자마자 닫힌 셔터 문에 붙어있던 '파업사과문'을 찢은 뒤 문을 세차게 걷어차고 돌아가기도 했다.

주택은행 북구 덕천동 지점의 경우 현금지급기 4개중 1개만 가동중이고 사하구 괴정동 지점은 아예 문을 닫은 상태다.

한편 경찰은 은행이 혼잡한 틈을 타 날치기나 도둑이 극성을 부릴 것으로 예상,인근 파출소 직원들에게 순찰 강화를 지시하고 정보형사들을 거점은행에 2-3명씩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부산=연합뉴스) 이영희.박창수.조정호.민영규.강영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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