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이 사장 된 비결은 구리처럼 유연하게 잘 협력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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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고순동(54) 삼성SDS 사장은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 “장점을 가진 이들과 잘 어울리려고 노력한 데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가을 춘천 KBS홀에서 강연하는 모습. [사진 삼성SDS]

“세상에는 순금도 있고, 순은도 있고, 순동도 있다. 제 이름이 순동이라 그런지 전 뭘 해도 동메달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삼성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의 청년 대상 순회강연 ‘열정락서’가 열린 3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 벡스코 그랜드홀. 내부를 가득 메운 2500여 명의 젊은이 앞에서 삼성SDS 최고경영자(CEO)인 고순동(54·사진) 사장이 말을 꺼냈다.

고 사장은 1983년 한국IBM에 입사한 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20년을 근무했다. 2003년 삼성SDS에 전략마케팅실장으로 합류해 지난해 최고경영자가 됐다.

 이날 강연에서 그는 자신을 “어찌 보면 일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수장으로 어울리지 않을, 역사를 좋아하는 문과형 보통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오죽하면 두 딸이 ‘아빠는 도대체 어떻게 삼성SDS에 들어갔느냐’고 물을 정도”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순동론’을 펼쳤다. 금붙이나 은붙이에 비유할 만한 뛰어난 자질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잘 파악한 덕에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 요지다. 그는 스스로를 “딱히 못하는 것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런 인물로서 CEO 자리에 오른 비결에 대해 그는 “동료와 선후배가 무엇을 잘하는지 살피고 어떻게 하면 같이 잘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혼자 잘하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해 보려고 노력한 것이 나의 생존전략이었다”고 밝혔다.

 이런 버릇은 중학교 때 생겼다고 했다. “친구들과 했던 인기투표에서 기대했던 만큼 표를 얻지 못한 뒤 주변 친구들의 장점을 배우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다른 사람과 진정한 협력관계를 이루기 위해선 스스로 솔직함과 긍정하는 자세, 그리고 인내심을 갖춰야 한다고 설파했다. 솔직함과 관련해 그는 “가식적으로 자신의 뜻을 전하면 금방 들키고 만다”며 “이건 30년 직장생활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라고 했다.

 직장생활 초년병 시절의 일화도 소개했다. 괴롭히는 고객 때문에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회사 선배의 조언대로 고객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매일 “당신을 사랑한다”고 다섯 번씩 외쳤더니 정말로 사이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고 사장은 “아마 긍정의 힘이 제 표정과 말투, 고객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끼쳤고, 그게 다시 상대 고객의 태도를 변화시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맹목적인 긍정은 경계했다. “덮어놓고 긍정적으로 기분 좋다고 생각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미리 예상해 보고 부정적인 일, 나쁜 일과 맞닥뜨리지 않도록 피해 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강연 내내 “인내심을 가지라”고 되풀이해 강조한 그였지만 절대로 참지 못하는 일이 한 가지 있다고 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남이 시키면 하던 일도 안 하는 성격이었다”며 “그래서 항상 다른 사람이 나에게 뭘 시킬까를 예상해 먼저 그 일을 해치운 것이 성공에 작게나마 보탬이 된 것 같다”고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이어 고 사장은 “청년 여러분들도 혹시 주어진 시험과 과제, 공부가 너무 많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누가 시키기 전에 먼저 찾아서 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연 말미에는 삼성SDS가 원하는 인재상을 소개했다. 그는 “뻔한 얘기 같지만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혁신과 창의, 성장 가능성과 열정을 두루 갖춘 인물일 것”이라며 “단, 스스로 잘난 것 못지않게 다른 이들과 함께할 줄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ICT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의 약어다. 인터넷이나 이동통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정보기술(IT)’ 대신 많이 쓰이게 됐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매년 전 세계 150여 개국의 ICT에 대한 접근성과 이용도 등을 평가해 ICT 발전지수를 발표한다. 지난해 평가에서는 한국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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