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9억 넘는 은마아파트가 9억원에 많이 거래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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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같은 크기의 주택(전용 84.43㎡형)인데 실거래 가격이 들쑥날쑥이다.

3월 초에는 12층짜리가 9억5000만원에 거래 됐다고 신고됐는데, 불과 10여 일 전에는 12층짜리가 9억원에 신고됐다. 그런데 또 불과 10여 일 전에는 8층짜리가 9억5500만원에 신고됐다.

비슷한 시기에 거래된 5층짜리는 9억원이다. 특히 국토부가 공개한 이 아파트의 1분기 실거래가 12건 중 절반에 가까운 5건이 9억원으로 신고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얘기다.

실거래가는 매도자와 매수자간 사정, 혹은 층·향·동에 의해 들쑥날쑥한 게 보통이다. 하지만 거래가 많지 않은 요즘 시기에 비슷한 날짜에 거래된 비슷한 층의 아파트 실거래가가 이렇게 많이 차이 나는 이유는 뭘까.

주변 중개업소에 정확한 시세가 얼마냐고 문의했다. 그랬더니 한 중개업소 사장이 말을 얼버무린다.

9억원 이하면 취득세 2000만원 줄어

“실거래가 신고된 시세는 사실 약간의 오류가 있어요. 정확한 시세로 보기는 어렵죠. 9억원에 신고된 것들은 사실 시세가 9억원이 넘는 거에요. 실제 시세는 9억3000만~9억5000만원 정도라고 봐야 해요.”

대체 이게 무슨 소릴까. 실제로 다른 중개업소에 문의해 보니 이 아파트 매물의 매도 호가는 대개 9억3000만~9억5000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왜 9억원에 실거래 신고가 된 걸까. 이유는 취득세에 있다. 정부가 지난해 취득세 감면 조치를 연장했지만 9억원 초과 주택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취득세 감면 혜택은 9억원 이하 주택만 해당된다. 취득세 50%가 감면돼 전용 85㎡ 이하는 2.2%, 전용 85㎡ 초과는 2.6%만 내면 된다.

9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전용 85㎡ 이하는 4.4%, 전용 85㎡ 초과는 4.6%를 내야 한다.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계약서상 거래 가격을 9억원에 맞춘 것이다. 이른바 다운 계약서다. 예컨대 9억5000만원에 실제 거래(전용 84.43㎡형)가 이뤄졌다면 매수자는 취득세로 418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9억원으로 다운 계약서를 쓰면 1980만원만 내면 된다(1주택자인 경우). 2200만원이 줄어든 셈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도 굳이 나쁠 것은 없다.

양도 차익이 생겼다면 다운 계약으로 양도 차익이 줄어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도 차익이 없거나 면제 대상이라도 역시 손해 볼 것은 없다.

이 아파트 뿐 아니다. 실거래가가 9억원대인 단지 대부분에서 이런 현상이 목격된다. 대개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권에 몰려 있다.

송파구 잠실동의 재건축 단지의 경우 전용 84㎡형 중·고층은 대개 9억4000만원 이상에 매물이 나오는데 8억9000만원이나 8억9900만원, 9억원에 실거래 신고된 경우가 적지 않다.

“매도자가 내야 할 중개 수수료를 매수자가 대신 내는 조건 등으로 다운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죠. 중개 수수료를 대신 내주더라도 다운 계약서를 써 취득세 부담을 줄이는 게 더 이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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