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동차 빚 처리 법정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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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상장 무기연기로 차질이 빚어진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 문제가 삼성과 채권단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할 전망이다.

삼성측은 19일 오후 삼성차 채권단에 공문을 보내 삼성자동차 부채 해결을 위해 이건희(李健熙)회장이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 50만주를 추가로 내놓을 수는 있으나 이밖에 계열사들이 부족액만큼 연대보증 책임을 지거나 연체이자를 무는 합의서 내용은 지키기 힘들다는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20일 오전 회의를 열고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정하고, 지난해 양자간에 맺은 합의서 내용을 삼성이 연말까지 지키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초 채권단과 삼성이 맺은 합의서는
▶올 연말까지 李회장이 담보로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3백50만주(주당 70만원)를 팔아 삼성이 총 2조4천5백억원의 삼성차 부채를 현금으로 갚되
▶주당 가치가 70만원에 미달할 경우 李회장이 50만주를 추가로 출연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삼성전자 등 31개 계열사들이 대신 물어주며
▶이같은 합의의 이행이 지연될 경우 연 19%의 연체이자를 계열사들이 공동 부담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이달 초 삼성생명의 상장안 자체가 무산되면서 삼성측은 올해 안에 부채를 현금으로 갚기가 불가능하며,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이 삼성차 부채를 공동 책임지지 못하도록 서울지법에 가처분신청을 내놓았기 때문에 합의서 이행이 어렵다는 뜻을 채권단에 밝힌 바 있다.

결국 삼성은 19일 공문을 통해 ▶李회장이 우선 삼성생명 주식 20만주를 즉각 출연하고 ▶이미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3백50만주의 실사를 내년 2월까지 회계법인에 맡긴 뒤 가치가 부채 2조4천5백억원에 미달하면 30만주를 추가로 내놓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삼성측은 계열사들의 손실 분담 및 연체이자 부담 약속은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20일 주관은행인 한빛은행과 산업은행 등 주요 5개 채권금융기관이 참석한 운영위원회에서 "삼성측의 제안은 명백한 계약위반" 이라면서 "연말까지 합의서 내용을 원래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李회장과 계열사들에 자산 가압류를 실시한뒤 이행을 강제하는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 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신예리 기자

<삼성차 일지>
▶1993년 6월 삼성그룹 승용차 사업 진출 공식화
▶95년 3월 삼성자동차㈜ 설립
▶96년 10월 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준공
▶98년 3월 삼성 SM5 시판
▶98년 12월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에서 삼성차와 대우전자 빅딜 합의
▶99년 6월 삼성차 빅딜 백지화, 삼성차 법정관리 신청, 이건희 회장 사재(삼성생명 주식) 출연 발표
▶99년 12월 삼성차 법정관리 개시, 채권단 르노를 우선 매각협상대상자로 지정
▶99년 12월 생보사 기업공개 공청회,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 2000년까지 생보사 상장키로 표명
▶2000년 8월 이근영 금감위원장 생보사 상장안 전면 재검토 지시
▶2000년 9월 르노-삼성자동차㈜ 출범
▶2000년 12월 생보사 상장안 무기 연기 방침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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