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금리 인하 언제 하나]

중앙일보

입력

미국 금융계는 요즈음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언제 낮출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단 FRB의 통화신용정책 결정기구인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9일 회의에서 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중립'으로 바꾸는 정도에 그치고 실제 금리 인하는 내년으로 넘길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미국 경제의 내리막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려면 금리 인하가 FRB의 최대 무기인 점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FRB 정책결정자들은 그러나 금리 인하를 바로 단행하기보다는 인플레이션 경계위주의 정책 기조에서 과열과 급격한 추락의 위협을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중립적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상황을 지켜 보는 게 더 안전하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판단은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경기 과열을 우려하는 상황이었으므로 서둘러 금리를 내렸다가는 잠복해 있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재화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미국 금융계에서 탁월한 분석력을 인정받고 있는 손성원(孫聖源) 웰스 파고은행 부사장은 "조지 부시 대통령 당선자나 의회가 모두 금리 인하를 희망하는 정치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경기가 더 나빠질 경우를 대비해 금리는 내리지만 시기가 관건"이라며 내년 1월을 금리 인하 시기로 예상했다.

현재의 상황은 오랫동안 과열돼 있던 경기가 조정기에 접어든 것일 뿐 경기침체기로 볼수 없다는 입장인 FRB로서는 당장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경제전문가는 FRB가 지난 5월까지 불과 1년 사이에 금리를 여섯 차례나 올리는 바람에 경기가 이미 탄력을 잃었다며 금리 인하는 빠를수록 좋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3.4분기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4%로 4년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30년만의 최저 기록인 3.9%를 유지하던 실업률이 11월에는 4%로 오른 것 등이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의 효과가 9개월-1년은 지나야 나타난다는 점을 들어 시기를 놓쳤을 가능성까지도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