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과 문제해결능력 두마리 토끼 잡는 서바이벌 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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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대회는 실전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준다. EBS장학퀴즈 3승챔피언인 유동현(서울대 역사교육학과 1), 전국고교생생활법경시대회 대상(법무부장관상) 수상자 김광흥(서울대 인문대 1),청소년영어토론대회 1등 유소윤(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입학 예정)씨는 “상황을 즐겨야 하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주눅들지 않는 평정심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긴장 속 퀴즈대회 경험 대입 면접 큰 도움

 지난해 7월 EBS 장학퀴즈 프로그램 스튜디오. 카메라에 불이 켜졌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이전까지 TV에서 수백 번을 봐 온 무대. 하지만 심장이 요동쳤다. ‘침착하자. 다른 참가자들도 다 떨릴 거야.’ 유씨는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스렸다. “이 유럽의 나라는 최근 금융위기로?.” ‘삑-’ 유군은 부저를 힘껏 누르고 외쳤다. “그리스” 유씨는 5명 중 3명에 속해 2라운드에 진출했다. 그는 정답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문제가 끝나기 전에 망설임 없이 부저를 눌렀다. 확신이 없으면 누르지 않았다. 이런 유씨를 보며 압박감을 느낀 다른 참가자들은 부저를 성급히 눌러 틀린 답을 말했다. 결승에서 3주째 우승한 챔피언을 만난 그는 기선제압을 위해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유씨는 평소에도 친구들 사이에서 ‘별걸 다 아는 친구’로 통한다. “초등학생 시절 백과사전을 반복해서 봤어요. 중3 때부턴 가족이 함께 퀴즈 프로그램을 보며 퀴즈를 푸는 경쟁도 벌이곤 했어요.” 역사·과학·문학 교과서를 꼼꼼히 읽고, 과학 잡지도 즐겨 읽는다.

생활법대회서 자질 확인해 검사 진로 결정

 유씨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긴장감 속에서 치른 경험이 자신감을 높여 고3 슬럼프를 극복하게 하고, 대입 면접 때도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검사·법학과 교수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무대를 바라봤다. “야간자율학습은 학생들의 기본권을 빼앗는 것’이란 상대팀의 주장에 김씨는 “야자는 효과적인 공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여름 김씨가 출전한 전국고교생생활법경시대회 장면이다. 출전 대회는 1차 필기시험과 2차 생활 캠프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정한다. 1박 2일간의 캠프는 법 토론과 생활태도를 평가한다. 참가자들은 캠프에 와서도 곧 있을 모의고사와 수능시험을 걱정했다. 하지만 김씨는 캠프에만 집중했다. 생활태도는 지도교사가 곁에서 지켜보면서 점수를 매겼다. 김씨는 “법조인으로서의 내 자질을 알아보고 싶어서 참가했는데, 대회를 통해 검사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사회 교과서를 반복해 읽고, 헌법을 세 번 읽었다. 그 덕에 대회 필기시험에서 최상위권에 올랐다. 김씨는 “고3이라도 자신의 진로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이런 경험을 다양하게 해보라”고 조언했다.
 
경청하는 능력 익혀 정신장애인 상담 꿈

 다섯 개의 팀을 이기고 올라온 본선. 16강·8강·준결승전이 남았다. 해외 어학연수 경험이 없는 유씨에게 한국말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경쟁자들과 겨루기란 만만치 않았다. 대원외고 토론팀의 캡틴(팀장)이었던 유씨는 어깨가 무거웠다. 그는 이 말을 수시로 되새겼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16강 주제 중 하나는 ‘다문화가정 자녀 대학 특례 입학’. 학생들 대부분은 반대 이유로 ‘한국 학생들의 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을 제시했다. 하지만 유양은 “그 학생들이 실력이 뛰어나서 입학해도, 주변에서 편견을 갖고 보기 쉽다”며 반박했다. 승승장구하던 토론. 위기가 찾아왔다. “다른 나라에 환경 오염의 피해를 입힌 나라는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유씨의 주장에 상대팀의 공격이 이어졌다. “그걸 어떻게 수치적으로 측정할 수 있나요?” 유씨는 “(상대팀은) 반박만 하는데, 우리는 대안과 환경보호란 목적이 있다”고 반박했다.

 영어 강자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유씨는 그 비법을 “상대의 말을 경청해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고, 반박을 3개 준비해 논리적으로 펼친 것”으로 꼽았다. “토론 대회로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게 됐어요. 대학 졸업 후 정신장애우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어요.”

<임선영 기자youngcan@joongang.co.kr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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