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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실세 장관도 끌려가 쥐 구워먹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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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북한의 체신상(장관)으로 임명된 심철호(53)는 김정은 시대 북한을 이끌 차세대 ‘일꾼’으로 꼽힌다. 그는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심창완(1981년 사망) 전 사회안전부 정치국장의 아들이다. 하지만 그는 체신성 부상(차관급)으로 있던 2001년 갑자기 중앙 정치무대에서 사라졌다가 8년이 지나서야 복귀됐었다. 그 배경이 최근 실마리를 드러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북한의 8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던 278명의 명단이 담긴 『북한 인권침해 사례집』(사진)을 다음 달 초 발간한다고 29일 밝혔다. <중앙일보>4월 2일자 12면> 이 사례집은 북한에서 무역업을 했던 정광일(49)씨 등 탈북자 4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수감자들의 나이·고향·직업·수감연도·수감이유·수감생활 등을 수록했다. 사례집에 따르면 심철호는 2001년 9월 ‘북한판 아우슈비츠’로 악명 높은 요덕수용소로 끌려갔다. 당시 체신성 부상(차관급)이었던 심철호는 보위부 12국(도청 미행국)에 대해 “간첩도 못 잡으면서 왜 자꾸 도청만 하느냐”고 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보위부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다. 인권위는 심철호가 끼니마다 200g씩 나오는 옥수수 가루죽으로 버티다 보니 수감된 지 얼마 안 돼 체중이 30㎏이나 줄었다고 밝혔다. 함께 수용소 생활을 했던 정광일씨는 “창고에 누군가 쪼그리고 있어서 가보니 심철호가 쥐를 구워먹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심철호가 간수들이 수감자를 구타하는 걸 말리자 “너도 똑같은 반동일 뿐”이라며 심하게 얻어맞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2003년 3월 심철호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1년6개월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통신기계공장으로 배치됐다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사례집엔 화교와 거래하다 보위사령부에 적발돼 수감된 안창남(64) 전 중앙인민위원회 법무부장, 정치 싸움 끝에 수용소로 끌려간 염정제(69) 평양 모란봉 구역 검찰소장, 뇌물을 받아 당의 권위를 훼손한 김병남(78) 양강도당 조직비서 등 북한 고위급 수감자의 실명이 기록돼 있다. 인권위 북한인권특위 위원장인 김태훈(65) 비상임위원은 “수용소 수감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북한 정권에 무언의 경고를 줘 인권침해 행위를 자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도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 수감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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