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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의 법칙, 아직 깨지지 않았다

중앙일보

입력

필자는 최근 무효화될 조짐을 보이던 무어의 법칙이 향후 10~20년 동안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뉴스를 읽고 안도감을 느꼈다. 필자에게 3 아톰 크기의 트랜지스터는 상상조차 어렵지만, 인텔은 이같은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필자 생각엔 그것이 파급할 효과는 엄청날 것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과 문제가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에 무어의 법칙이 우리에게 한 역할이다.

필자의 의도를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도 더 빠른 프로세서를 원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메가헤르츠가 아니라 메가비트다. 필자가 갖고 있는 문제는 필자의 컴퓨터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모든 컴퓨팅 파워를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빠르게 네트워크로 이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트랜지스터가 점점 작아진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인텔 공동 창립자인 고든 무어가 발견한 법칙의 내용은 점점 작아지는 트랜지스터는 칩 하나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 수가 18~24개월마다 두 배가 된다는 것이다.

억제된 마력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데스크톱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메가헤르츠를 갖고 있다. 부진한 올해의 크리스마스 컴퓨터 판매가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것 같다. 더 많은 CPU 마력을 요구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제품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킬러 애플리케이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메가헤르츠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멀티 메가비트 인터넷 접속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말해봐야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그런 접속을 갖추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다.

인텔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수년 동안 이런 딜레마와 씨름해왔다. 사람들이 프로세싱 파워를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내는데 있어서 인텔만큼 열심히 노력해온 기업도 없다. 하지만 인텔이 원자 크기의 트랜지스터를 만든다 하더라도, 애플리케이션을 생각해내는 것이 문제다.

인텔이 개발하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제품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이다. 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은 프로세싱 파워 이상의 것을 요구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갖고 있지 않은 네트워크 대역폭도 많이 필요로 한다.

필자가 ''아직'' 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네트워크 대역폭이 무어의 법칙의 중요성을 한층 증가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역폭이 증가하면, 사람들은 그것으로 할 수 있는 멋진 일들을 발견할 것이다. 대부분이 엔터테인먼트와 통신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애플리케이션들은 그들에게 제공될 수 있는 파워를 따라잡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새로운 컴퓨터를 필요로 하게 되고 모든 상황이 다시 한 번 하드웨어 기업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이미 말했던 것처럼, 거대한 대역폭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꿈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광대역은 오늘날 제공되고 있는 것보다 더 크기 때문에 양자가 일치하려면 좀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모든 사람이 케이블 TV를 설치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생각해 보라.

무어의 법칙은 아직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역폭이 뒷받침될 때까지는 잠시 그 법칙이 어긋나도 상관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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