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체불 임금 신속하게 받아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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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던 A씨는 본인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그러나 퇴사한지 1년이 지나도록 사업주가 임금(월급,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고 노동부는 사업주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토록 명령했지만 여전히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경우 A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처럼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임금체불’이라 하는데 체불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사업주가 아는 사람이라서 매번 사정을 봐주다가 체불되는 경우, 벤처업체에 입사했다가 사업 실패로 체불되는 경우, 회사가 경영난에 빠져 체불되는 경우 등이 있다. 그러나 어떠한 형태든 체불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사업주의 책임감이 낮아지고 지급의지도 약해지기 때문에 오래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일반 채권과는 달리 임금 채권은 법적 효력이 지속되는 기간이 3년으로 짧기 때문에 시효소멸을 앞두고 있는 경우 내용증명을 통해 최고하는 등 시효를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

 체불을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는 사업주에게 지급을 독촉하는 것이다. 독촉절차에도 불구하고 사업주가 계속 지급하지 않는 경우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전국 각 지역의 고용노동부 지청에 임금체불사실을 진정하는 것이고 두번째, 근로감독관으로부터 체불금품확인원을 발급받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무료법률구조지원을 의뢰해 민사소송을 하는 것이다. 이때 별개의 절차로 체불 사업주에 대해 형벌을 부과해 달라는 고소를 제기 할 수도 있다.

 진정서 양식은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으나 사업주의 설명 및 주소를 기재하고 임금지급명세서 또는 월급통장 등을 첨부하는 것이 보통이다.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면 일반적으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근로자와 사업주에 대해 출석조사를 요구한다. 출석조사에서는 근로제공사실·임금체불이 된 경위·체불내역 등에 대한 확인이 이뤄진다. 그리고 체불금품이 확인되면 근로감독관은 사업주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하도록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진정을 제기하고 사업주에 대한 지급명령이 나오기까지 진정을 접수한 날로부터 25~50일이 소요된다. 만약 사업주가 지급명령에 따라 밀린 임금을 지급하면 사업주와 근로자가 합의해 진정을 취하하고 사건이 종결된다.

 사업주가 진정의 제기와 근로감독관 지급명령만으로 밀린 임금을 지급해 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경우 근로감독관은 사업주를 검찰에 형사입건 조치하고 근로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체불금품확인원을 발급해 준다. 또 정부에서는 근로자의 민사소송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자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무료법률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해당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월평균 임금이 4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체불금품확인원 접수 후 일반적인 진행 절차는 먼저 임금체불을 한 사업주가 가지고 있는 재산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는 경우를 대비해 사업주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하기도 한다. 참고로 임금체불 사업주의 재산이 없을 때는 강제집행이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사업주 소유의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발급받아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사업주의 재산이 확인되면 실제로 밀린 임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밀린 임금이 2000만원 이하인 경우 소액재판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소액재판은 6개월 이상 소요되는 일반민사소송과는 달리 30일 정도면 판결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보다 신속한 절차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최근에는 법적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임금체불을 신속하게 해결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푸른 노무법인 황귀남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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