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대 ‘생체분자재설계연구소’ … 면역력 증강 방선균 연구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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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선문대 생체분자재설계연구소에서 연구진이 방선균 활용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선문대 제공]

역사상 사람의 목숨을 가장 많이 앗아간 전염병은 결핵이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결핵에 걸린 사람은 꼼짝없이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인류가 결핵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1944년부터다. 당시 미국 미생물학자인 왁스먼(Selman Abraham Waksman)이 ‘기적의 항생제’라 불리는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하고, 제약회사가 이를 대량생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왁스먼은 흙 속의 미생물, 스트렙토미세스 그리세우스(streptomyces griseus)에서 이 ‘기적의 항생제’를 찾았다. 이후 많은 학자들이 토양 미생물 속에 숨겨진 생리활성물질을 찾아 실용화하고자 애쓰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의약품가운데 약 70%가 토양 미생물인 ‘방선균’을 원료로 활용한다. 방선균(放線菌)은 곰팡이와 비슷한 세균이다. 대부분의 항생제와 항암제 또한 마찬가지다. 충남 아산 선문대 ‘생체분자재설계연구소’는 방선균 연구 전문 기관이다. 이 연구소는 제약공학과 송재경(52)교수, 화학공학과 이희찬, 화학과 류광경 교수 등을 중심으로 2001년 설립됐다. 연구소는 2006년 방선균 전체 게놈 분석을 마치고 여기에 유전공학을 접목했다. 이를 통해 항암제에 주로 사용되는 독소루비신의 생산을 20배 이상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농림수산식품부 등과 공동으로 항진균제와 제초제용 균주 개발 과제를 진행 중이다.

  2009년에는 방선균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특이당에 대한 연구를 통해 모유성분인 시알릭락토오스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시알릭락토오스는 모유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기능성 올리고당이다. 갓 태어난 아기를 전염성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보호해줄 뿐 아니라 내부 면역시스템 구축과 두뇌 개발에도 큰 역할을 담당하는 물질이다. 최근에는 관절염이나 위궤양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송 교수는 “시알릭락토오스는 모유에 필요한 성분으로 인플루엔자를 막아 면역력 증강의 원인이 되며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물질”이라며 “사람의 경우 출산 후 6개월 정도까지만 나오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가 생산한 시알릭락토오스 성분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에 식품첨가물로 등재됐다.

 연구소는 산학협력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과 융합·협력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서울대 김병기 교수(효소에 의한 대량생산 기술), 이화여대 윤여준 교수(조합생합성 연구), 조선대 유진철 교수(효소학 연구), 영남대 남두현 교수 연구팀(방선균 유전공학 연구)과의 협동연구를 통해 SCI급 국제학술논문 120여편과 전문 학술논문 150여편을 발표하기도 했다. 독일 튀빙겐 대학, 베트남 과학기술원 부설 생명공학연구소와 하노이오픈대학, 네팔 트리브반대학과 카트만두 대학 등과 협력 연구도 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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