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로 배우는 한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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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자연스레 깨우치도록 놀이적 요소를 가미하는 것도 좋다. 사진은 아이들이 사과를 만지고 놀면서 단어를 익히는 모습.

“부모가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더 늦어지더라구요.” 이정민(38·여·서울시 마포구)씨의 경험담이다. 이씨는 미국에서 초등학교 과정을 밟은 뒤 귀국해 서울 한국국제크리스천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녀윤석주(6학년)군과 윤다영(2학년)양남매에게 재밌는 놀이로 자연스레 한글을 익힐 수 있도록 중점을 뒀다.

 예컨대 꽃이라는 단어를 공부하면 외우라고 강요하는 대신 놀이활동으로 연결시켰다. 꽃이라는 글자를 종이 여백 위에 크게 써놓고 색종이로 모자이크를 하게 하거나 글자모양으로 접어보도록 했다. 여기에 가족끼리 여러 가지 단어를 적은 종이를 등 뒤에 매단 후 특정단어를 찾아 상대편의 글자를 빼앗아 오기 같은 놀이를 활용해 글자에 대한 흥미를 갖도록 유도했다.

 이씨는 “아이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 역시 초조함에 불안했던 보통의 부모였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늦어질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아이들은 글자를 그림으로 인식해서 깨닫기 때문에 자연스레 노출시켜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간식을 줄 때도 과자로 특정글자를 만들어 보도록 하거나 전단지에서 글자를 오려 퍼즐을 맞추게 하는 등 철저히 흥미와 재미위주로 학습을 시켰다.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도 자막기능을 활용해 한글 단어에 계속해서 노출되도록 이끌었다. 자녀들이 재밌게 느낄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칭찬을 많이 해주니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는 진득하게 기다리는 것이 어렵긴 했지만 이후 어느 순간 아이가 먼저 나서서 자신이 아는 글자를 찾아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장원교육 안효빈 책임연구원은 “또래에 비해 늦다고 불안해 하는 경우가 있는 데 놀이와 독서 같은 방식으로 끊임없이 자극을 주다 보면 아이 스스로 어느 순간 한글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동화책을 읽어줄 때도 아이들이 호기심에 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놀이로 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삐아제 박소연 교육이사는 “역할극 같은 연극적 요소를 활용하는 것도 한글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며 “아이들은 동화나 그림책 속 주인공에게 자신을 일치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동영상 촬영이나 녹음 기능 같이 멀티미디어를 활용하면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연극 형식으로 배역을 정해 책 속의 대사를 부모와 또는 아이들끼리 역할놀이를 하면서 이를 녹음하거나 촬영해 보여주면 아이들의 흥미가 높아진다.

 안 연구원은 “아무리 좋은 활동이라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복잡하지 않으면서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부모들이 책을 읽어 준 후 이해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줄거리를 묻거나 등장인물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때 대답을 못한다고 아이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에 물이 차오르면 자연스레 밑으로 흐르는 것 같이 아이들도 차오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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