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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따라 걷다 보면 조선의 가장 긴 다리 만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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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강은 과거 곡식과 비단 등 다양한 물품을 실어나르는 배가 다니고, 얼음을 저장하는 창고가 있었던 곳이다. 그만큼 수많은 사연과 역사가 서려 있다. 서울시가 25일 한강의 주요 나루터를 주변 역사 문화유적지와 연계해 둘러볼 수 있는 8대 코스로 나눠 소개했다. ‘한강의 역사를 찾아서’라고 이름 붙여진 도보 탐방 프로그램으로 다음 달 1일부터 단체를 대상으로 무료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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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에 따르면 1코스는 서울의 한강인 ‘경강(京江)’이 시작되는 곳, 광나루길이다. 광나루는 조선시대 때 충주를 거쳐 부산 동래로, 또는 강원도 원주를 거쳐 동해안으로 나가는 요충지였다. 인근 아차산성은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삼국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역사의 현장이다. 2코스인 송파나루길은 서울과 경기도 광주를 잇는 나루이자 조선시대 전국 10대 상설시장으로 꼽힌 송파 시장을 배경으로 번성했던 곳이다. 당시 207여 호의 객줏집이 있었을 정도로 상업 중심지였지만 1925년 을축년 대홍수와 자동차 보급으로 점차 기능이 쇠퇴했다. 1960년대까지 뚝섬과 송파를 잇는 정기선이 운행돼 겨우 명맥만 유지했다.

 3코스인 뚝섬나루길은 조선 후기 전국 각지에서 싣고 온 목재가 집결했던 곳이다. 또 강남에 있는 봉은사로 불공을 드리러 가는 여인들과 상인들이 배를 타고 건넌 곳이기도 하다. 인근에는 조선시대 다리 중 현존하는 가장 긴 교량인 살곶이다리(행당동 58번지)가 있다. 길이 76m, 너비 6m로 청계천이 중랑천과 만나 한강으로 접어들기 직전으로 사근동과 성수동을 잇고 있는 성동교 바로 위쪽에 있다.

 4코스인 노들나루길을 따라 한강대교를 건너다 보면 다리 중앙에 보이는 섬이 노들섬이다. 원래 중지도(中之島)로 불렸다. 노들의 의미는 ‘백로가 노닐던 징검돌’이란 뜻이다. 이 부근 나루터를 노들나루라 불렀는데, 이를 한자로 바꾼 것이 노량진(鷺梁津)이다. 일명 서호라 불리는 서강나루는 3개 포구(용호·마호·서호) 중 하나다. 서강나루길(5코스)에는 공민왕 사당 같은 볼거리가 많다. 마포구 창전동 420번지 일대에 있었던 광흥창은 조선시대 관원의 녹봉으로 쓰일 양곡을 저장하던 창고였다.

 양화나루길(6코스)은 현재의 마포구 망원동과 영등포구 양화동을 잇는 나루로 한강진·삼전도와 더불어 조선조 3대 나루의 하나였다. 남도에서 올라오는 곡물을 광흥창까지 운반하는 항구의 기능을 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한양으로 들어오던 관문이던 양화진은 서해를 통해 한양으로 들어오는 외적을 방어하는 기지 역할도 했다.

 공암나루길(8코스)에는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 선생을 기리는 박물관이 있다. 공암나루는 서울 한강나루터 중 가장 하류 쪽에 위치해 있고, 예부터 강화도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했다. 한강사업본부 이재덕 운영부장은 “코스를 걸으면서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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