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동시상영〉 신선한 시도, 덜 익은 맛

중앙일보

입력

인디 드라마를 표방한 KBS2 '동시상영' 은 기획부터 눈길을 끌었다. 기존의 드라마 작법을 파괴하고, 형식과 내용에서 실험을 시도한다는 의도가 시청자들의 군침을 돌게 했다. 식상한 삼각관계와 뻔한 결말이 아닐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11일 방영된 '동시상영' (밤 11시) 의 1, 2화는 언뜻 성격이 많이 달랐다. 1화 '진실, 강물에 빠지다' 는 단편영화를 보는 듯해 당초 기획의도가 느껴졌다. 시청률 지상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TV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로 찍은 화면 뒤에 담긴 진실' 을 이야기하는 주제의식이나, 시점을 바꿔가며 일상적 삶의 풍경을 잡아내는 시도가 꽤 새로웠다.

하지만 의욕에서 그쳤다. 구체적 시도들은 서로 떨어져 서 있을 뿐,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게다가 짧은 방영시간을 굳이 1.2화로 나눠 드라마를 설익게 만들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식탁에 올라온 것은 새로운 메뉴가 아니라, 오븐에서 굽다가 끄집어낸 덜 익은 드라마에 그쳤다.

천편일률적인 기존 드라마에 맞서 연출자는 'TV영화' 라는 깃발을 올렸다. 하지만 구호만으로 문제가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이런 시도가 대학가의 아마추어 영화동아리가 아니라, 방송사라는 전문적이고 보수적인 제작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질 땐 작품의 완성도는 더욱 중요하다.

실험성이나 메시지 혹은 감동, 어떠한 잣대를 들이대든 시청자들의 호응은 필수다. 파일럿 프로로 그만한 과실을 얻지 못한다면 시청률의 압박감에 눌린 채 앞으로 기존 드라마의 폐쇄성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기획단계부터 저항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30대 중반의 부부싸움을 다룬 2화 '부부는 울지 않았다' 도 인디 드라마라는 타이틀과 동떨어져 있었다. 오히려 따뜻한 주제를 코믹하게 풀어간 경쾌한 단막극에 가까웠다. 제작진은 여전히 기존의 드라마 작법과 실험적 작법 양쪽을 놓고 저울질하는 인상이다.

새로운 밥그릇에 색다른 메뉴를 담으려는 노력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는 제작진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18일 밤 11시에 방영할 3.4화에서 어느 정도 시청자들의 가슴 속을 파고들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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