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클릭! 애널리스트 보고서] 한국 경제, 실질금리 0% 시대 돌입 … 경제 살아나도 금리 안 오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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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거래가 실종되면서 많은 사람이 주택담보대출에 시달리고 있다. 집을 팔아 빚을 갚거나 집 규모를 줄여 옮기는 길이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금리가 낮은 수준이어서 버틸 만하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주택시장의 침체 상태에서 만약 금리까지 오른다면 부채를 끼고 사는 중산층의 노후는 더욱 막막해질 것이다.

 그러면 한국의 금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경제가 정상화되더라도 현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른 선진국처럼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0’%대인 시대가 우리나라에도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물가가 지금처럼 3%대를 유지한다고 하면, 명목금리는 3~4%대에 머물게 될 것이란 얘기다.

 그 근거로는 무엇보다 인구 고령화 및 저성장 기조를 꼽을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1%를 기록했으며, 앞으로 인구 고령화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된다. 인구 증가는 4~5년 내 정체기로 들어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한국 경제의 잠재 실질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여기에 인구 고령화가 겹쳐 머지않아 잠재성장률이 3% 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금융시장에 있어선 저금리 기조의 고착화라는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인구 고령화는 노후생활을 위한 금융자산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이때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의 투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을 기대된다. 이러한 채권투자 수요 증가는 채권금리의 상승을 제한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국채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물량이 달리자 최근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발행하는 회사채와 특수채 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이와 같은 비(非)국채의 발행이 증가하면 채권금리가 불안해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채권 수요가 워낙 탄탄해 시장이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주요 선진국들에서 저성장 및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현상들이다. 이런 흐름은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을 크게 성장시키는 가운데 다양한 채권상품들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향후 세계 경제는 주요 선진국의 과도한 국가부채 문제로 인해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선진국 국가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00% 수준을 상회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가장 심각했던 제2차 세계대전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향후 주요 선진국들은 국가부채 규모 축소를 위한 재정긴축이 불가피하며, 이러한 재정건전화는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한국 경제의 인구 고령화와 맞물리면서, 한국 경제는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는 0%대 실질금리 시대가 열리게 됨을 의미한다.  

오창섭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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