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단백질 응집과정·원인 첫 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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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화학과 함시현(42·여) 교수팀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의 응집 과정과 원인을 원자 단위에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치매 치료제 개발에 새 장이 열렸다고 함 교수팀은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24일 세계적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의 온라인판에 실릴 예정이다. 함 교수는 “가정과 이론에 치중한 기존 연구와 달리 실제 단백질을 갖고 실험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1년 숙명여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98년 미국 텍사스 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치매 단백질 응집 과정과 원인을 밝히는 것은 치매 치료제 개발의 핵심이다. 뇌 안의 신경세포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이 결합하며 나오는 독성 응집체 때문에 치매가 생기기 때문이다.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 원리를 알아낸 뒤 이를 막을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는 게 바로 치매 치료제다.

 함 교수는 또 “이번 연구로 치매 말고도 단백질 응집으로 발병하는 파킨슨병·광우병·암 등 많은 질병의 치료제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동안 세계의 과학자들이 단백질의 응집 현상에 대한 연구에 열중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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