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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관리형 유학 다녀와 국제학교 진학한 정희원군

중앙일보

입력

어머니 차연주씨와 정희원군이 정군의 필리핀 유학 기간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얘기하며 환하고 웃고 있다.

제주 한국국제학교(KIS)·노스런던컬리지잇스쿨(NLCS)과 같은 국제학교들이 국내에 자리를 잡으면서 학부모?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외국어 실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국내 대학의 글로벌리더 전형뿐 아니라 미국?영국 대학 진학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KIS에 6학년 과정으로 입학하는 정희원(서울 도곡초 6)군은 “국제학교는 국제중이나 외국어고처럼 진로·진학계획에 맞춘 비교과 활동을 중요하게 평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면접관 앞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영어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경험담을 설명했다. 정군은 “지난해 3월부터 9개월과정으로 필리핀 관리형 유학을 다녀오면서 단기간에 영어실력을 향상시킨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소규모 그룹 수업으로 문법·쓰기 제대로 익혀

 올해 KIS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영어·수학·적성검사 필기고사와 4인 1조 발표수업을 거쳐 선발됐다. 모두 100% 영어로만 진행된 시험이다. 영어 필기고사는 읽기·듣기·문법 문제뿐만 아니라 에세이 쓰기까지 포함돼 수준 높은 영어실력을 요구 받았다.

 정군은 “국제학교 선발 시험에 응시하면서 별도의 준비를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9개월 동안 집중해서 영어를 공부한 덕분에 시험을 어렵지 않게 치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매일 영어 에세이를 쓰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면서 말하기?쓰기 실력을 빠르게 기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된 영어토론도 도움이 됐다. 토론 때 발표할 발표문을 작성하고 의견을 발표한 뒤 반대의견에 반박하면서 논리적인 말하기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토론 발표문을 작성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압축할 수 있는 주장을 요약하고, 주장의 근거를 나열하면서 논리적인 구조를 갖춘 일목요연한 글을 쓰는 능력도 키웠다. “영어토론을 준비하기 위해 매주 며칠씩 새벽 2~3시까지 선생님이 주신 자료를 읽고 발표문을 써보는 연습을 했어요. 덕분에 영어 글쓰기 실력이 빠르게 늘었죠.”

 1:1, 1:4 소규모 그룹 수업도 정군이 다녀온 필리핀 관리형 유학의 장점이다. 문법·쓰기처럼 꼼꼼한 지도가 필요한 부분에선 소규모 그룹수업이 효과를 높였다. 정군은 필리핀 유학 전엔 유독 문법에 약했다. “문법은 어릴 때부터 해서 다들 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학원에서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개념이 안 잡히니까 응용·활용 문제도 잘 풀지 못했죠.”

 정군은 필리핀 유학을 시작하면서 담당강사들에게 이런 문제점을 알렸고, 강사들도 평가 후 문법공부 보충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맞춰 정군의 학습상태를 관리했다. 이에 따라 정규수업 외에도 수시로 1:1보충지도가 이뤄졌다.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강사가 정군에게 더 꼼꼼한 지도를 할 수 있도록 4명 단위 수업을 2명으로 줄이는 추가조치도 취해졌다. 정군의 어머니 차연주(45·서울 대치동)씨는 “아이의 실력을 정확히 진단해주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니까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언제든 필리핀 현지 원장과 상담할 수 있었고 아이의 공부상태와 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런 관리 덕분에 정군의 슬렙(SLEP?토플 주관사가 실시하는 비모국어지역 영어평가시험?67점 만점)점수는 44점에서 59점으로 올랐다. 정군은 “토플?슬렙 등 여러 시험 문제들을 풀어보면서 문법도 자신감이 붙었다”며 “필리핀 유학 후 학원 레벨 테스트에서 상위반 성적을 받았다”고 좋아했다.

하루 5~6시간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 큰 수확

 정군이 원래부터 공부습관이 좋아 이 같은 학업성취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군에게 필리핀에서 힘들었던 점을 묻자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강행군이었다”며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움츠러들었다”고 떠올렸다.

 변화는 필리핀에 도착 후 한달 뒤부터 시작됐다. “매달 슬렙 시험을 봤는데, 슬렙 시험 전 날이면 유학을 함께 온 동기친구들이 새벽 4시부터 일어나 공부하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래선 안되겠단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슬렙 점수는 필리핀 유학 과정에서 학생들의 반을 수준별로 편성할 때 평가요소로 삼는 기준 중 하나다. 슬렙 점수에 일·주·월단위로 진행하는 강사들 평가를 합해 학생들의 반 편성을 매달 바꾼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스페셜 클래스에 들어가 더 강도 높은 영어 수업을 이수하게 된다.

 정군은 “다들 스페셜 클래스에 들어가고 싶어했다”며 “그런 환경이 자극이 돼 공부에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고 말을 이었다.

 차 씨는 “한국에선 그렇게 집중해 공부하기 힘들다”며 “아이 수준에 맞게 탄력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친구들끼리 경쟁의식을 자극할 수 있는 관리형 유학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필리핀 유학으로 매일 5~6시간 이상씩 꾸준하게 공부할 수 있는 끈기를 배워온 점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자랑했다.

 국제학교 수업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었던 것도 정군에겐 좋은 경험이었다. 정군은 “후반 3개월 동안 필리핀 현지 사립 국제학교에서 수업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 경험이 한국에 돌아와서도 학업을 계속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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