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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치매지원센터에 답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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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혈압이 많이 떨어졌어요. 뒷목이 당기고 머리도 아팠을 텐데 지금처럼 괜찮아지려면 약을 잘 드셔야 해요.”

 19일 낮 12시쯤 서울 강동구 성내동의 한 단칸방. 치매에 걸려 혼자 사는 김경자(85·가명) 할머니 집을 강동구 치매지원센터 박주경(37)·김수진(39) 간호사가 방문했다. 간호사들은 할머니의 혈압·혈당을 체크하고 약이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했다. 할머니가 치매 증세 때문에 약을 숨기고 잘 안 먹어서다. 박 간호사가 가끔 소변 실수를 하는 할머니에게 기저귀를 건넨다. 간호팀은 한 달에 한두 번 할머니의 건강을 체크한다. 근처 복지관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 요양보호사가 집안일을 돕고 할머니의 약 복용을 확인한다. 할머니는 지난해 4월부터 구청의 이런 서비스를 받기 시작했다. 이 덕분에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고 치매 증세도 악화되지 않았다. 할머니는 지난해 장기요양보험을 신청했다 탈락했지만 그 못지않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 만약 할머니가 서울 강동구가 아닌 다른 시·군·구에 산다면 방치상태가 계속돼 병세가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19일 강동구 치매지원센터 작업치료사 한주희(23·오른쪽)씨가 치매할머니(70)에게 사진 내용이 뭔지 묻고 있다. [김도훈 기자]

 국내 50만 명의 치매 환자 중 장기요양보험이나 정부의 관리를 받는 노인은 10만 명이 조금 넘는다. 대부분은 방치돼 있거나 가족들이 수발 고통을 떠안고 있다. 치매는 조기 관리가 생명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신경정신과) 교수는 “말기 치매환자에 들어가는 비용이면 경증환자 8~10명을 돌볼 수 있다”며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해서 진행 속도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동구가 그 답을 제시한다. 2007년 설립한 치매지원센터가 중심에 있다. 이 센터에는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임상심리사·작업치료사 등 15명이 있다. 치매 환자를 찾는 데 전력해 1차 검진을 하고 강동성심병원에서 확진한다. 2007~2011년 2만6440명을 검진해 713명의 환자를 찾았다. 증세가 심한 환자는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받게 했다. 돈이 없어 요양보험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하거나 대상에서 탈락한 300여 명, 곧 치매로 번질 고위험군 700명을 강동구치매센터가 담당한다. 몸이 불편한 300명은 간호팀이 월 1~2회 방문한다. 모든 비용이 무료다.

 19일 오후 1시쯤 센터 2층에서는 노인 7명이 한지공예에 푹 빠져 있었다. 강사가 보라색·연보라색 한지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노인들이 모양대로 찢어서 붙였다. 관리를 받는 노인의 상당수는 건강이 좋아지거나 현상유지한다. 이날 한지공예를 하던 이영순(70·가명) 할머니는 2년 이상 센터에 나왔다. 노래 부르는 걸 즐긴다. 치매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있다. 지하철을 타고 혼자 센터를 오간다. 강동구센터는 지난해 9월 가족과 주민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매어르신 합창대회’를 열었다. 올해에는 가족과 치매노인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합창대회를 연다.

  강동구는 지난해 서울시 치매사업관리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해식 구청장은 “치매지원센터와 데이케어(주간보호)센터, 복지관 등 관련 기관의 네트워크를 강화 해 지역사회의 관심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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