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이인제 2007년 손학규 … 대선 도전한 경기지사들 징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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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됐다. 사퇴 시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김 지사 측은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일단 민주통합당 김두관 경남지사가 지사직을 버리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대선 출마 비난 여론을 분산시킬 수 있어서다. 경기도청 홈페이지와 김 지사의 트위터에는 ‘두 번씩 뽑아준 경기도민들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대권 출마 선언을 한 황당한 분’ ‘도지사 보궐선거 비용은 개인적으로 충당하고 출마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사퇴 시기를 무작정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위원장보다 갈 길이 험하고 먼데 시간마저 없다면 해보나마나 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지사 캠프에서는 다음 달 15일 개최되는 전당대회 직전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캠프 관계자는 “김 지사가 지난 6년간 이끈 경기도정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8월 대선 경선 직전으로 늦춰질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김 지사가 사퇴할 경우 행정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성렬 행정1부지사가 지사직을 대행하게 된다. 그러나 김 부지사의 도정 관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12월 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경기도지사 보궐선거로 새 도지사가 뽑힌다. 그 사이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거나 인사권 행사도 여의치 않다. 새 도지사에게 부담을 줄 수 있어서다. 더욱이 민주통합당 후보가 당선되면 경기도정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도 있다. 김 지사의 대표 브랜드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365민원전철 ▶찾아가는 도민 안방 사업도 차질이 우려된다.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오래전부터 이들 사업을 ‘김 지사의 대선용’ 정책으로 규정하고 견제했다.

 김 지사는 네 번째 민선 경기도지사다. 초대 이인제 지사에 이어 임창열·손학규 전 지사가 경기도정을 이끌었다. 이 전 지사는 1997년 15대 대선 당시 신한국당 경선에서 패배한 뒤 탈당해 국민신당을 창당했다. 이어 대선에 나섰으나 낙선했다. 손 전 지사는 임기를 마치고 2006년 6월 ‘100일 민심탐방 대장정’ 후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그 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었으나 고배를 마셨다. 임 전 지사는 도지사 재임 중 경기은행 퇴출무마 청탁사건으로 구속됐다.

 김 지사가 세 번째 도전이다. 그러나 경기지사 당선 뒤 대권에 도전하면 모두 실패했다는 징크스가 있다. 도지사 공관 자리에 나쁜 기운이 돌고 있어서라는 설까지 나왔다. 김 지사가 이 징크스를 깰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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