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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가 맞다 vs 일본해다 … 한·일 네티즌 10만 명 백악관 홈피서 서명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동해의 표기 문제를 논의하는 23일 국제수로기구(IHO) 총회를 앞두고 한·일 네티즌이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치열한 대리전(戰)을 벌였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주 한인교포 모임인 ‘버지니아 한인회’는 백악관 홈페이지에 “미국 교과서가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로 표기해야 한다”는 청원서를 올렸다. 작성자는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의 ‘피터 K’로 알려졌다. 이 청원이 올라오자 미시간주 트로이에서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나리히라’라는 작성자가 지난 13일 “미국 교과서는 제대로 된 역사를 이미 가르치고 있다. 일본해가 맞다”는 청원서로 맞대응했다.

 이 소식이 20일께 국내에 알려지면서 양국의 ‘서명 전쟁’으로 비화했다. 트위터·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동해를 일본에 넘겨줄 것이냐, 아니냐에 대해 미국에서 21일까지 투표를 한다. 백악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투표해 달라”는 내용의 글이 급속히 퍼졌다. 이를 본 한국 네티즌들이 21일 백악관 홈페이지로 몰려들어 투표를 하면서 홈페이지 접속이 일시에 중단되기까지 했다.

 현재 백악관 홈페이지의 ‘동해 표기’ 청원에는 8만여 명, ‘일본해 유지’ 청원에는 1만7000여 명이 서명했다. 서명을 확인해 보니 대부분이 미국 주소가 기재되지 않은 상태로 해외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청원의 서명이 게시 시점으로부터 30일 안에 2만5000명을 넘으면 백악관 측에서 공식적인 답신을 작성자에게 보낸다. 이처럼 동해 표기 청원자 수가 많아진 데는 국내 네티즌 중 일부가 이 투표 결과에 따라 동해 또는 일본해 표기로 갈리는 걸로 착각해 투표를 독려한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해·일본해 표기 문제는 백악관의 입장과는 관계가 없다. IHO 총회에서 여러 나라들의 논의를 거쳐 결정된다. 23일 모나코에서 개막하는 18차 IHO 총회에서 동해 표기 문제가 결론 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일 양국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IHO가 발간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는 전 세계 바다 명칭을 결정하는 지침서 역할을 한다. 1929년 일제 강점기에 이 책 초판이 발행되면서 동해가 ‘일본해’로 쓰이기 시작했다. 2007년 17차 총회에서도 한·일이 첨예하게 맞서 개정판을 내지 못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최소한 동해와 일본해 병행 표기가 아니면 책을 내지 못한다는 입장이고, 일본 역시 ‘일본해’ 단독 표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일을 제외한 78개 회원국 대부분은 이번엔 개정판을 내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IHO가 동해를 공란으로 비워 둔 채 개정판을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 민주당 소속 빌 파스크렐 하원의원(뉴저지)이 공개적으로 한국을 지지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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