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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대 반값 등록금 약속 이행

중앙선데이

입력

취임 6개월을 맞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소통’을 중시하는 등 업무 스타일에서 이전 시장들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 해 예산 20조원이 넘는 거대 도시 서울을 이끌어 가는 행정적 능력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 몇몇 정책을 전격 시행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수많은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당선 직후 박 시장은 ‘희망 서울을 위한 박원순의 약속’이라는 이름의 공약자료집을 냈다. 총 10개 분야 72개 공약에 대해 337개 단위사업이 들어 있다.

서울시는 모든 공약이 빠짐없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기획조정실 황보연 기획담당관은 “1월에 발표된 3개년 시정운영계획에 337개 단위사업이 모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사업이 정확히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정책 위주의 선거문화 정착과 공약 이행 여부를 감시해 온 시민단체인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보궐선거인 데다 취임 6개월밖에 안 된 사정이 있지만, 아직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한 계획이 미비하다”며 “서울시에 6월 말까지는 매니페스토 실천계획을 공개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공약에 대한 통계적 분석은 이르지만 개별 사업에 대한 평가는 가능하다. 박 시장의 공약 중에는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 초·중학교 1학년에 대한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 서울시 및 산하기관 비정규직 일부의 정규직화 등 이미 실천된 것들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공약사업은 이제 시작 단계다. 특히 의욕적으로 내세운 공약의 상당수는 검토·점검·토론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거나 법적·제도적 문제가 얽힌 사안이 대부분이다.

이해관계가 변수가 되는 대표적인 공약사업이 ‘뉴타운 출구전략’이다. 박 시장은 1월 말, 현재 진행 중인 서울시 뉴타운·재개발·재건축을 전면 재검토하는 내용의 ‘서울시 뉴타운 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했다.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수많은 집주인과 세입자·상인·건설업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큰 영향이 가고 전체 부동산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진척이 더딘 편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안’이 19일에야 입법 예고됐다. 예정보다 2개월쯤 늦었다. 조례가 공포되려면 앞으로 토론회와 시의회 의결 등을 거쳐야 하고 실제 시행 과정에서도 많은 갈등이 예상된다.

계약관계 등 법적 문제가 얽힌 것도 있다. 전임 오세훈 시장이 추진하던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전면 재검토는 박 시장의 공약이다. 이에 따라 한강예술섬·서해연결사업 등은 모두 중단됐다. 하지만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이었던 반포 세빛둥둥섬은 민간사업자가 개입돼 있어 전면 재검토는 불가능하다. 공약과는 무관하지만 최근 요금 인상 문제가 불거진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문제도 민간사업자와의 계약 때문에 쉽게 풀지 못하는 경우다.

무엇보다 공약 이행과 관련해 가장 큰 과제는 재정 문제다. 박 시장은 임기가 끝나는 2014년까지 서울시(산하기관 포함) 부채 25조원을 18조원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임대주택은 기존 계획보다 많은 8만 호를 건설하고 복지예산도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지자체인 서울시의 세수나 사업 수익이 크게 늘 수가 없는데 빚은 줄이면서 돈은 더 많이 쓰겠다는 얘기”라며 “이런 상충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직 박 시장의 ‘작품’이라 할 만한 업적이나 구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반값등록금·무상급식 등은 높은 지지를 받지만 박 시장 개인의 업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최근 완공된 서울추모공원사업을 시작한 고건 전 시장, 청계천을 복원한 이명박 대통령 등에 견줄 대표작이나 프로젝트 구상이 아직 없다는 얘기다.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박원주 교수는 “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박 시장의 색깔이 안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이라면 21세기의 서울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겠다는 큰 그림이 보여야 하는데 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시장의 10대 공약 자료:서울시
1 집 걱정 없는 서울, 희망둥지 프로젝트(35개 사업)
2 밥, 등록금 걱정 없는 배움터 프로젝트(29개 사업)
3 창조적이고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 만들기(30개 사업)
4 전시성 토건사업 재검토, 지속가능한 생태도시(25개 사업)
5 기본이 바로 선 도시, 안전한 도시 시스템(61개 사업)
6 부채감축·재정혁신을 통한 균형살림 프로젝트(15개 사업)
7 창조성과 상상력, 서울경제 Jumo Up(42개 사업)
8 소통, 협력, 참여, 혁신, 열린 시정 2.0(15개 사업)
9 여성과 가족복지, 여성 희망 프로젝트(33개 사업)
10 더불어 행복한 복지우산 프로젝트(52개 사업)

이승녕 기자 franc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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