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기업금융 전담 금융기관 설립 추진

중앙일보

입력

재계가 기업에 대한 자금대출과 기업어음(CP) 할인 등 기업금융을 전담할 전문금융기관의 설립을 추진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존 금융기관의 기업금융 기피로 기업들의 자금경색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과 관련, 우량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종합금융사 형태의 기업금융 전담 금융기관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전경련은 내년 상반기중 기업금융 전담 금융기관을 설립 또는 인수한다는 목표 아래 올해안에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내년초부터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을 상대로 지분참여와 자금모집을 위한 접촉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경련은 당초 금융기관을 새로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보다는 외환위기 이후 퇴출돼 예금보험공사에 인수된 기존 종금사를 P&A(자산.부채인수) 방식 등으로 비교적 싼값에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 금융기관의 납입자본금은 1천억원 정도로 계획하고 있으며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금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조달.운용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대신 예금기능은 최소화한다는 것이 전경련의 구상이다.

대신 기업에 대한 자금대출을 비롯해 ▲CP 할인 ▲리스 ▲기업 M&A(인수합병) 및 컨설팅 ▲회사채 발행 주선 및 인수 등 원활한 기업금융을 위한 업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전경련이 독자적인 금융기관 설립을 추진하게 된 것은 기업금융을 맡아온 종금사와 리스사가 무더기로 퇴출된 이후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들의 기업금융 기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기업 자금난이 심각해 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회사채시장 마비와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인한 기업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정부와 금융권에 계속 촉구해왔으나 아무런 성과가 보이지 않아 더 늦기 전에 기업자금 사정 원활화에 도움이 되는 독자적인 기업금융 전담 금융기관의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상무는 '금융업무의 핵심은 고도의 금융기법이 요구되는 기업금융에 있는데 현재의 금융권은 기업금융업무는 회피한채 안정적인 가계금융과 우량기업과의 거래에만 매달리고 있다'면서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금융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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