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의혹 철저히 밝혀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 의혹이 또 터졌다. 이번엔 비례대표 경선 과정의 부정이다. 지난번엔 지역구에 출마한 이정희 대표가 야권연대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했었다. 진보당의 도덕성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번 문제의 발단은 내부고발이다. 이청호 진보당 부산 금정구 지역위원장이 당 홈페이지에 부정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올렸다. 비례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부정이 저질러져 후보가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진보당은 비례대표를 온라인 투표와 현장투표로 뽑았다. 현장 투표의 경우 진보당의 주류인 민노당 세력이 자의적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는 민노당 측 인사의 지시로 소스코드를 세 차례나 열어봤다고 한다. 소스코드를 열어봤다는 것은 투표 중 투표함을 열어본 것이나 마찬가지인 부정행위다.

 물론 아직 이런 의혹이 정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주류(민노당 세력)를 향한 비주류(국민참여당 출신)의 정치공세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당의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 문제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선거인보다 투표수가 많거나 투표용지에 날인이 없고 봉인이 안 된 경우도 있었다.

 이런 부정 의혹의 근본 원인은 진보 진영의 도덕성 마비다. 자신들만의 명분에 빠져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할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기에 부정이 만연해진다. 진보당은 기존의 정당정치에 뛰어들기로 한 이상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처럼 행동해선 안 된다. 민주주의는 과정의 민주화다. 과정이 민주적이고 합법적이지 못할 경우 목표가 아무리 숭고하더라도 민주적일 수 없다. 과정을 무시한 질주는 독선으로 흐를 뿐이다.

진보당 내 일부에서 주장하듯, 이번 사건은 감추기보다 드러냄으로써 문제를 치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선 부정 가능성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진상을 철저히 밝혀낸 다음 책임 있는 사람들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 당 대표를 뽑는 절차는 그 다음이다. 부정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한 이후 새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제도권 정당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