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화 편집권은 누구 몫인가

중앙일보

입력

영화의 편집권은 제작자에게 있는가 아니면 감독에게 있는가. 지난 9월 개봉한 영화 '배니싱 트윈' 의 비디오판 출시와 함께 편집권 논란이 일고 있다.

제작자가 감독의 동의 없이 일부 장면을 빼고 야한 장면을 비디오판에 추가하자 감독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갈등은 법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수원 주연의 '배니싱 트윈' 은 윤태용 감독의 데뷔작으로 쌍둥이 자매의 행적 찾기를 모티브로 한 섹스 스릴러물이다. 제작은 '삼양동 정육점' '노랑머리' 를 만든 Y2시네마에서 맡았다.

이 작품은 개봉 후 흥행에 실패하며 극장에서 슬며시 사라졌다. 그러나 지난달말 94분으로 편집한 극장용판 대신 85분짜리 비디오판 1만5천장 정도가 출시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뒤늦게 출시 사실을 알았다" 는 윤감독이 "감독을 거치지 않고 편집해 비디오를 판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며 반발하고 나선것이다.

그는 "에로영화로 만들기 위해 이야기의 구조가 되는 장면을 대거 들어내고 베드신이나 NG라고 생각한 장면을 추가해 작품을 크게 훼손했다" 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직접 편집하지도 않은 작품이 비디오로 유통될 경우 감독에게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므로 독단적인 비디오 출시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대화를 포기했다는 윤감독은 현재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여한구 Y2시네마 대표는 "편집권은 제작자에게 있다" 고 맞서고 있다.

그는 "감독이 제작 당시부터 촬영 횟수나 분량, 영화 제작 방향 등 합의한 사항을 지키지 않은데다 계속 의견이 맞지 않아 새로 편집한 비디오를 출시하게 됐다" 고 말했다.

여대표는 특히 "영화가 혹평받은 상황에서 이를 비디오로 그대로 낼 수 없었고 여성의 성과 무의식에 대한 환상을 표현하려는 당초 의도 중 성에 대한 표현이 부족해 85분짜리로 다시 편집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란을 둘러싸고 영화계의 의견도 엇갈린다. 영화를 만든 감독을 배제하고 비디오판을 낼 수 있느냐며 감독의 손을 들어주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극장 흥행에 실패한 마당에 비디오까지 망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