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학생 수학.과학실력 다른 선진국에 뒤져

중앙일보

입력

미국 중학생들의 수학.과학 실력이 유럽과 아시아의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에 뒤진 것으로 나타나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교육평가협회가 지난해 각국 정부와 함께 실시한 제3차 국제 수학.과학 평가에서 미국의 중학교 2학년생들은 평균 정도의 성적을 거둬 유럽과 아시아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평가에는 세계 38개국에서 1만여 명의 학생이 참가했고 참가국의 성적은 수학 275-604점, 과학 243-569점의 분포를 보였다.

미국은 수학과 과학에서 각각 515점과 502점을 기록, 전체 평균점수에 머물렀고,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국가는 수학에서 604점을 얻은 싱가포르와 과학에서 569점을 얻은 대만이었다.

한국은 수학과 과학에서 각각 587점과 549점을 얻어 호주, 벨기에, 캐나다.대만,핀란드, 헝가리, 일본, 네덜란드, 싱가포르,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과 함께 미국보다 우수한 12개국에 포함됐다.

불가리아, 라트비아, 뉴질랜드 등은 미국과 비슷한 성적을 보인 그룹이었고 수학과 과학에서 각각 275점과 243점으로 꼴찌를 차지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7개국은 하위그룹으로 분류됐다. 독일과 프랑스는 이번 평가에 참가하지 않았다.

결과가 발표되자 미국 교육계에서는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번 평가는 미국 정부가 지난 95년 수학과 과학 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도입, 4년 간 시행한 뒤 실시된 것이어서 성적부진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교육계는 성적이 부진한 이유로 4년 전 마련된 수학.과학 성취도 향상 프로그램의 시행이 미진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기초교육위원회 크리스토퍼 크로스는 "4년 동안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며 "우리는 할 일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교육현장에서 시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욱 당혹스러운 것은 앞으로 4년 동안 역시 별다른 진전이 예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 교육부 관계자는 성적을 다른 국가와 비교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교육부 연구자인 패트릭 곤살레스는 "학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번 점수는 다른 국가의 변화 속도가 미국보다 빠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평가에서 미국 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컴퓨터와 보내는 시간이 많고 계산기와 학습서를 더 많이 사용하는 반면 숙제는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교육평가협회가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아 시행한 이 평가에서는 대수학과, 기하학, 물리학, 화학 등의 분야에서 단순한 계산과 과학지식 등을 묻는 문제 외에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 등을 평가하는 다양한 문제가 출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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