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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원가, 한국은 기술 우위 … 양국, 코피티션이 해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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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왕이밍(王一鳴) 중국국무원발전연구센터 박사가 17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양국 동반성장 고위 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중국의 내수 중심 발전전략으로 한국 기업의 대중 투자 기회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한·중 산업협력, 이제는 ‘코피티션(Coopetition)’ 시대다.” 중국의 빠른 기술 추격으로 한·중 양국의 경제관계 패러다임이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코피티션’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7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양국 동반성장 고위 포럼’에서다. 참석자들은 양국이 경쟁 속에서도 자원을 공유하고, 공동 연구개발(R&D)에 나서는 등의 상생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포럼의 핵심은 산업 협력 방안이었다. 중국 최고의 경제학자로 불리는 우징롄(吳敬璉) 국무원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중국 기업의 기술 및 경영기법 추격으로 한·중 기업 간 경쟁구도가 고착된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며 “전기자동차·바이오·정보통신기술 등의 신성장 분야에서는 여전히 동일 산업 내 분업공간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쩡페이옌(曾培炎·전 부총리)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이사장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내수 중심의 성장전략은 한국에도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투자·금융·문화 등의 방면에서 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협력방안도 제시됐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연구센터 소장은 “에너지·차세대 정보기술(IT)·신소재 등 두 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육성산업이 대부분 겹쳐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이들 분야는 양국 모두 기술 열위에 있으므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을 하면서도 기술 우위 부분을 나누고 시장을 공유하는 ‘코피티션’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호보완성이 큰 녹색기술과 첨단 제조업, 소프트웨어 등이 우선 협력 분야로 꼽혔다.

 핑페이(憑飛) 국무원발전연구센터 박사도 “중국은 시장과 제조업 원가 면에서, 한국은 기술의 산업화와 경영기업 면에서 비교 우위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R&D 협력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산업협력 차원에서 추진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중국의 기술이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FTA를 늦출수록 한국이 손해”라며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차원에서 양국 FTA는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SERI) 연구전문위원은 “한·중 FTA가 아시아 전체의 자유무역을 선도해 역내 산업구조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더(黃德) 중국은행 서울지점장은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는 길게 잡아도 10년에 불과하다”며 “만일 한국이 중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는다면 10년 안에 한국의 대중 무역흑자는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A를 중국 중산층 공략의 플랫폼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만수 동아대 교수는 “양국 기업이 상대국 시장에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투자보호·비관세장벽 철폐 등이 FTA 협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중 동반성장 고위 포럼

지식경제부가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주최한 포럼으로 KOTRA와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CCIEE)이 주관했다. 언론매체로는 중앙일보와 인민일보가 후원사로 참여했다. 양국의 저명 경제학자 20여 명이 참가해 ‘동반성장을 위한 산업협력 방안’ ‘상생을 위한 FTA 협상’ 등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580여 명의 청중이 이날 포럼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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