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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차가 막혀서’ 변명은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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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약속 시간에 항상 늦는 친구. 그가 제일 많이 하는 변명은 바로 “오늘 따라 차가 너무 막혀서 늦었어” 또는 “길이 무지 밀리네”다. 이처럼 “차가 막히다” 또는 “길이 밀리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문제가 있는 표현이다.

 ‘막히다’는 ‘막다’의 피동 표현으로, ‘길이나 통로 등이 통하지 못하게 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차가 막히다”는 성립하지 않는다. 차가 많아서 길이 막히는 것이므로 “길이 막히다”로 써야 한다.

 “길이 밀리다”도 마찬가지다. ‘밀리다’는 ‘어떤 이유로 뒤처지게 되다’는 의미다. 따라서 차가 밀리는 것이지 길이 밀리는 것이 아니므로 “차가 밀리다”고 쓰는 것이 바르다.

 ‘차가 많아 길이 막히고, 길이 막혀 차가 밀린다’고 생각하면 좀 더 명쾌하게 정리할 수 있다.

 차가 밀리고 길이 막히면 교통방송 등에서 “정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체 구간이 늘어나고 있다”와 같은 표현을 들을 수 있다. 이때 쓰이는 ‘정체’와 ‘지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정체’는 ‘사물이 발전하거나 나아가지 못하고 한자리에 머물러 그침’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체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은 차가 나아가질 못하고 꼼짝없이 그 자리에 머무를 정도의 교통 혼잡이 일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지체’는 ‘때를 늦추거나 질질 끎’을 의미하므로 차가 움직이긴 하나 길이 막혀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 쓴다. ‘정체 구간’이 ‘지체 구간’보다 더 심각한 교통 체증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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