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종주의적 선동을 경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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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번 4·11 총선에서 가장 환영할 일 중 하나는 드디어 우리 국회에도 다문화 국회의원이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자스민씨다. 한국인과 외국인의 결혼으로 이루어진 다문화 가정은 1980년대 말 농촌총각의 국제결혼 사례가 늘면서 본격화하기 시작했으니 20년도 넘는 역사를 갖는다. 현재 결혼이주민 수는 21만여 명, 다문화 자녀는 15만여 명이니 우리 사회에선 꽤 규모가 큰 마이너리티 그룹을 형성한다. 이런 점에서 이제야 다문화 국회의원이 나온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한데 이씨의 국회 입성에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과 트위터러들이 근거 없는 모함과 인신공격을 퍼부어 논란이 되고 있다. 개중엔 이씨가 ‘불법체류자 무료의료 지원, 다문화 가정 자녀 대학 특례입학, 외국 거주 가족 한국 초청비용 지급’ 등을 공약했다는 그럴듯한 ‘거짓 정보’까지 돌아다닌다. 물론 이런 사이버 공격은 시간이 지나며 더욱 거센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에 묻혀 진정되고 있다.

 이번 공격은 총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일부 진보 진영의 네티즌들이 주도했다. 이에 진보 대 보수의 공방전 성격을 띠었으나 대부분의 진보 인사들도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번 사태를 곧바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의 확산으로 연결하는 것은 성급한 면이 있다. 하지만 다문화에 대한 대중의 몰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제노포비아를 확산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21세기 전 세계가 자유롭게 교류하는 글로벌 시대에 우리가 다문화 사회로 가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환경이다. 한민족도 1000만 명 이상이 해외에서 그 나라 국민으로 생활한다. 성 김 주한 미 대사, 루시고 미국 연방판사도 한국인 이민자다. 불법체류자 아이들에게도 교육 및 의료 혜택을 주어야 하는 건 국제사회 권고사안이다. 인터넷에 ‘이자스민 공약’이라고 돌아다니는 내용은 오히려 우리가 먼저 나서서 추진해야 할 다문화 정책이다. 우리는 이자스민씨의 국회 입성을 환영하며, 그가 우리 사회 다문화 정착에 많은 기여를 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