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신임 금융연구원장 “정부 주도 메가뱅크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윤창현(사진) 한국금융연구원장이 16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주도로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를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이 연내 성사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해서다.

 그는 “국내에도 메가뱅크가 필요하긴 하지만 시장에 의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관(官) 주도로 탄생한 메가뱅크가 실패할 경우 정권 차원의 후폭풍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당사자가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등을 떠밀어 이뤄지는 인수·합병(M&A)은 위험하다는 논리다. 그는 “결혼(M&A)하기 싫다는 은행을 억지로 맺어준 뒤 아이(성과)를 낳으라고 해선 안 된다”며 “정부의 역할은 은행들이 연애(자발적인 협상)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원장은 2005년부터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로 일해왔으며, 지난 대선에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정책자문단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금융연구원의 운영 방향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똑똑한 금융’ ‘맷집 좋은 금융’ ‘따뜻한 금융’을 세 가지 축으로 제시했다. “한국 금융의 경쟁력을 높이고, 금융위기를 방지할 수 있는 완충력을 확보하고,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을 넓히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연 20%대 초반 금리의 대출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금융사가) 서민 맞춤형 금융 점포의 운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했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윤 원장이 삼성물산 사외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그는 “금융연구원은 민간 사단법인이어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본다”며 사외이사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김혜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