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업계 반도체 역량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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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자업체들이 반도체 부문을 분사, 역량을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가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즈(FT)는 최근 기사에서 일본의 도시바가 경쟁력 강화와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반도체 부문의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도시바가 반도체 부문의 분사후 주식시장에의 상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NEC와 히타치도 D램 합작법인 ''엘피다''의 상장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NEC는 최근 반도체 부문을 별도회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NEC와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은 회사 순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핵심사업부문으로 세계시장에서 인텔에 이어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전자업체들이 이처럼 알짜배기 사업인 반도체 부문을 떼어내는데 대해 인피니온의 성공에 자극받아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려는 야심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지멘스에서 분리돼 올해 3월 유럽 증시에 상장된 인피니온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29%의 지분을 일반에게 공모, 2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인피니온은 이때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 지금은 256메가D램 시장의 33%를 차지하며 삼성전자(50%)를 위협하고 있다.

도시바 반도체 부문의 기업가치를 최고 32조원으로 산정한 FT의 평가를 따른다면 상장 후 30%의 지분만 팔아도 도시바는 10조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셈이다.

SK증권의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일본은 64메가, 128메가D램 시장에서 한국에게 당한 설욕을 256메가, 512메가D램 시장에서 갚기 위해 벼르고 있다"며 "일본업체들의 이같은 계획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그에 필요한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NEC-도시바 합작법인은 내년 초 세계 D램업체중 최초로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차세대 생산설비인 12인치 웨이퍼 공장 건설에 들어가겠다고 최근 발표했었다.

이같은 일본업체들의 공세에 대해 삼성전자는 긴장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불황일수록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 후위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놓는 것이 삼성의 전통적인 경영방식"이라며 "삼성전자가 내년 투자액을 7조7천억원으로 올해보다 늘려잡은 것도 이러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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